교사가 학생들을 성희롱하거나 막말과 욕설로 모욕을 주는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라 벌어져 교단이 몸살을 앓고 있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폭로하고 나서자 관련교사들이 수업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 학교현장이 혼란상태에 빠졌다.

경기도 과천의 A고등학교 2학년 B반 학생들은 지난달 1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담임인 김 교사가 반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개XX와 쳐 죽일 X들, 배에 기름칠만 한 것들’이라는 등 욕설을 매일 합니다”라며 “다른 반에 가서는 ‘너희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위안부 소리를 듣는 거야’, ‘너희도 세월호 애들처럼 될 거야’ 등 문제가 될 듯한 발언을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김 교사 때문에 자퇴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게시글이 논란이 되자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현재 결과를 분석 중이다. A고등학교 이사회도 사태가 커지자 지난달 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 교사를 파면했다. 또 과천시와 교육청, 학부모들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부산의 한 여고 복도에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란 제목으로 미투(ME TOO) 대자보가 붙은 것을 계기로 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졌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자보에는 ‘지금까지 참았다. 우리가 수업시간 및 학교생활 중 들은 사실과 수많은 친구와 선배님들의 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특정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을 구체적으로 적었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물병 뚜껑 보고 OOO같다’, 학생 입술을 만지며 ‘예쁘다. 누구 닮았냐’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대자보가 붙자마자 대자보 주변에는 포스트잇으로 추가 폭로가 쇄도했다. 대자보와 포스트잇 등에서 언급되는 교사는 6명 안팎에 달한다.

학생들은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도 교사들의 성차별·성희롱 실태를 밝혀 관련 교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교사의 여고생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일어나 경찰과 교육 당국이 본격적인 수사와 감사를 벌일 움직임이다.

학교 전수 조사에서 교사들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 과도한 언어폭력 피해를 봤다고 답한 학생은 전체 학생 860여 명 중 180여 명이나 된다.

다른 학생의 피해 정황을 목격했거나 들었다고 답한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 학생 숫자는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교사는 57명으로 남자 39명, 여자 18명이다. 이 중 11명이 현재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전체 교원 5명 가운데 1명꼴로 경찰에 불려갈 처지에 놓인 것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에 대한 교육청 감사가 시작되면 징계 대상 교사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확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남부경찰서는 수사 의뢰가 공식 접수되는 즉시 해당 학교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