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의 내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이 최근 잇따라 일어나자 교육부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20일 오후 전국 17개 교육청 담당국장이 참석하는 내신 시험문제 유출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내신 시험문제 유출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현행보다 강화된 가이드라인 필요성 여부 등이 집중논의됐다.

현재 내신 시험문제의 출제관리를 비롯한 학업성적 관리는 대부분 각 시·도 교육청과 일선 학교가 자체 규정과 지침을 바탕으로 시행한다.

하지만 각 시·도 별로 지침이 달라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사립학교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교사 징계 문제나 학부모, 기능직 직원 등 등 교사 외에 다른 사람이 시험문제 유출에 연루됐을 경우 등 여러 상황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 조작은 교원 ‘4대 비위’에 해당하므로 국공립 교원은 적발되면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된다. 그렇지만 사립학교 교원의 경우 징계 권한이 학교법인에 있어 이에 관한 제도개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기말고사 시험지를 유출한 학교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가 경찰에 입건됐다.

17일 광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사립 D고등학교 행정실장 A(58)씨와 학부모 B(52)씨를 시험지 유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입건했으며, 학교 행정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이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하고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학교운영위원장인 학부모 B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행정실장 A씨에게 “아들을 의대에 보내고 싶다”며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A씨는 지난 2일 오후 3학년 기말고사 9개 전체과목 시험지 원본을 빼내 행정실에서 복사했으며, 1시간 뒤 학교에서 10㎞정도 떨어진 곳에 승용차를 주차한 뒤 기다리고 있던 B씨에게 시험지를 건넸다.

B씨는 아들에게 유출된 시험지를 ‘족보’라며 건넸고, 아들은 친구들에게 이를 공유했다. 이를 본 학생들은 수학 시험에서 객관식, 서술형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자 이를 수상하게 여기고 학교에 신고해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B씨가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영향력이 있고 학사일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해 범행을 도왔다”며 지난 중간고사에서도 7개 과목 시험지를 복사해 B씨에게 전했다고 진술했다.

시험문제 유출사건은 서울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공립중학교에 이어 부산의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에서도 드러났다.

학생이 교무실과 연구실에 침입해 문제를 빼내는거나 교사 또는 교직원이 학부모나 학원 강사와 짜고 문제를 빼돌리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교사가 자신이 맡은 학급 학생의 성적을 높이려고 문제를 미리 가르쳐 준 경우도 있었다.

광주 D고교에서는 시험지를 인쇄 전 원안과 인쇄된 시험지를 봉인하지 않은 채로 금고에만 보관하는 등 등 관리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은 사사립학교의 성적지상주의적 문화와 비민주적 운영 등 부정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 장치가 없기에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시교육청과 관리기관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