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6월 13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이번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내놓고 있다.

보수와 진보 또는 중도를 자처하는 여러 후보들이 제시한 다양한 공약 가운데 입장차가 상당히 큰 것이 있는가 하면 비교적 비슷한 사안도 있다.

특히 무상교육 확대나 교원지위 향상, 남북한 대화분위기 조성에 따른 남북한 교육교류 등은 공통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제시된 공약을 이슈키워드 중심으로 살펴본다.

무상교육

대부분의 후보들이 무상급식 확대나 무상교복 지급 등을 약속했다. 조희연 후보는 무상급식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사립초등학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무상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이 될 경우 사립초등학교를 빼는 것이 어색하다는 설명이다.

박선영 후보도 의무교육을 고교까지 단계적 확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우선 고등하교 무상급식 실시를 공약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 후보도 ‘5대 중점 정책’으로 고교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포함시켰다.

이렇듯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앞다퉈 후보들이 이런 약속들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0일 박종훈, 김선유, 박성호, 이효환, 차재원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남도교육감 후보 TV토론회에서도 무상급식 전면시행에 모든 후보들이 공감했다. 이들 후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급식의 질적 향상을 위한 나름대로의 방안까지 제시했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도지사 후보도 “남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전면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정당과 보수적인 후보들이 장악해온 대구와 경북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북도 교육감에 출마한 후보 5명 대부분이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약속을 밝혔다. 고등학교 무상급식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한 명도 없었던 4년 전 교육감선거와는 판이한 양상이다.

대구의 강은희 후보는 후보토론회 자리에서 중·고교 학생에게 무상 교복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 후보는 고교 무상교육, 고교 무상급식, 중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등을 첫번째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다. 또 충남도 및 15개 시·군과 교육협력을 통해 학부모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과거에는 학교 무상급식이나 무상교복은 진보정당이나 진보를 자처하는 후보들의 전유물이었다. 이 같은 공약에 대해 보수를 자처하는 후보들은 포퓰리즘이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2분법은 실종됐다. 또 이미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지역에서는 한 무상급식의 질적수준을 높이겠다는 공약이 줄을 잇고 있다.

통일교육

지난달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교육감선거 하루 전날에는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된다. 이처럼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으로 바뀌는 한반도 정세는 교육감후보들의 공약에도 반영되고 있다.

3선에 도전하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이어질 남북교류를 근거로 학생들의 방북 수학여행을 제안했다. 일부에서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장 후보 측은 “남북교류는 스포츠·문화예술·정치에서 활성화됐다. 남북 교육 교류도 논의해 달란 제안”이라며 “2005~2006년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었다. 그것들을 복원해 달란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후보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부응하는 몇 가지 방안을 공약묶음에 담았다. 남북한 청소년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남북 ‘자매학교’ 시범운영하는 등 교육교류를 활성화하고 어린이·청소년 평화통일 체험학습, 경의선 타고 북한으로 수학여행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 아이들이 북한의 아이들을 만났을 때 차별이 아닌 친구로 만날 수 있게 교육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 조 후보의 설명이다.

또 조희연 후보, 송주명 후보(경기·한신대 교수), 도성훈 후보(인천·참교육장학사업회 상임이사)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서울·경기·강원을 잇는 ‘평화교육과 혁신미래교육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평화·인권·생태감수성과 세계시민성을 중심 내용으로 하는 평화교육 과정·교과서를 함께 개발하고 비무장지대(DMZ)를 활용한 생태·평화교육도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보수 쪽의 박선영 후보도 통일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통일체험교육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분단현장과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및 북한인권재단 등을 연결하는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남북한 이해를 위한 교육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조영달 후보 역시 서울과 평양의 교육 교류를 공약집에 포함시켰다.

최근 교육현안

대입제도나 특목고의 폐지 및 교장공모제 등등에 관해서는 후보들마다 상이한 입장을 취했다. 특히 서울시 교육감 후보들 사이에 입장차가 선명하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어서인지 각양각색이라고 할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및 국제중의 일반학교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박선영 후보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대입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약사항에 올려놓았다. 외고와 자사고도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교육 강화를 위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을 간소화하겠다고 박 후보는 공언했다.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 및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도 그대로 하자는 것이 박 후보의 생각이다.

조영달 후보의 경우 수능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고에서 영재성을 보이는 학생들을 선정하면 과학고나 영재학교가 위탁받아 교육하는 방안도 내세웠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주는 대신 일종의 위탁교육기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14개 시도 진보성향 교육감 후보들은 공동공약을 발표하면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통해 입시경쟁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후보·장석웅 전남도교육감 후보·장휘국 광주시교육감 후보는 21일 수능폐지와 대입자격고사 시행을 함께 주장했다.

교장공모제도 뜨거운 사안이다. 조희연 후보는 또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교장·교감 임용방식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학교장 내부형 공모제를 축소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운전자도 자격증시대인데, 무자격 교장 내부공모제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충북 교육감 선거 후보자 초청 TV 토론회에서 김병우, 심의보, 황신모 후보들이 교장 공모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황 전 총장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임용 당시 자격증이 없는 교사를 임용해 무자격 교장 공모제라고 불린다”며 “충북 교육청이 내부형 공모제로 교장 7명, 장학관 2명을 임용했으나 이 가운데 8명이 특정 단체에 속해 있다”고 주장했다.

심 전 총장도 “교사들은 교장이 되기 위해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공모제 교장의) 급격한 도입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육감은 “내부형 공모제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 혁신 등에 대한 의지와 능력 등을 심사하는 과정을 거쳐 임용하고 있는 데다 관련 법 규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무자격자 교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기타 이색공약

곽일천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연간 학생 1인당 1000만원씩 교육비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기했다. 교육비 바우처 제도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곳에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제도로서, 미국 워싱턴D.C의 한국계 교육감이었던 미셸리가 시행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곽 후보는 바우처제도가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교를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 가는 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이라며 “궁극적으로 교육의 완전 자유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박선영 서울시교육감 후보는 “학생들을 특정세력의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든 전교조의 적폐청산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전교조를 향해 ‘선전포고’했다.

박선영 후보는 워킹맘들을 위한 「굿모닝교실」과 방과 후 「드림(Dream) 교실」 개설과 서울형 기숙초등학교 및 융복합 중고등학교 설립 등의 계획을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진보교육감이 없앤 0교시 수업과 방과후 수업을 부활시킨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권오영 울산시교육감 후보는 울산을 청소년 흡연율이 가장 낮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권 후보는 최소 1년 이상 금연을 지속적으로 하는 학생에게 금연성공 기념품을 주고, 학교 흡연 예방프로그램의 지원비를 증액하겠다고 했다.

홍덕률 대구시교육감 후보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대구교육회의’, ‘대구교육미래정책연구소’를 설립하고, 수성구와 비수성구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TF팀 신설을 약속했다.

정책검증

한편 시민단체들이 서울시교육감에 도전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하겠다고 나서 눈길을 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좋은교사운동 등 6개 시민단체가 지난 14일 ‘2018 서울교육감 시민선택’이라는 연대체를 출범하고 공약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이 연대체는 12개 영역으로 구성된 공약질의서를 후보들에게 보내 답변을 받은 후 직접 설명까지 들을 계획이다.

이들이 평가를 위해 후보들에게 보낸 질의는 영유아 고통 해소, 성적순 줄 세우기 관행 해결, 수업·평가혁신, 진로·직업교육 및 특수교육, 책임교육과 교육기회균등, 사교육 대책, 교원 질 향상, 교육환경개선 등 다양한 사항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