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중 배탈이 난 학생에게 버스에서 용변을 처리하게 하고, 휴게소에 내려두고 간 초등교사에 대해 벌금형이 선고되자, 교원단체가 “도 넘는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 대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A양은 천안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배탈이 나“화장실이 급하다”며 교사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안전상의 이유로 버스를 갓길에 세울 수 없었던 B씨는 학생들을 버스 앞쪽으로 옮긴 후 A양이 버스 안에서 용변을 해결하도록 했다.

이후 B씨는 A양 부모로부터 “아이를 근처 휴게소에 내려달라.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듣고, A양을 카페에 맡긴 뒤 다른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출발했다. 한 시간 후 아이를 만난 부모는 학교 측에 아동학대로 민원을 넣었고, 학교는 B씨를 아동학대기관에 신고했다.

대구지법은 지난 18일 “A양을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거나 믿을 수 있는 성인에게 보호를 의뢰하는 등 기본적인 보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고 방임했다”며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B씨에게 8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되면 B씨는 향후 10년간 학교·학원·교습소 등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8일 논평을 통해 “도 넘는 판결”이라며 “아동복지법이 교사 잡는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유감을 표했다.

전교조는 “아동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를 견주어 볼 때 해당 교사의 대처 행위를 ‘아동학대’로 간주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 중 일부가 최선이 아니었더라도, 교직을 떠나야 할 만큼의 잘못에 해당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부터 B씨를 지원해 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20일 논평을 통해 “학부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편파적 판결’로 충격과 함께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교총에 따르면, B씨는 조치를 취하기 전 A양의 의견을 수차례 물어 확인했으며, 반 학생들에게 충분한 이해와 배려를 구했다. 휴게소에 학생을 내려놓을 때에도 학부모가 찾기 쉽도록 특정 장소(카페)를 활용하고, A양과 학부모에게 수시로 연락을 취했다.

교총은 “해당 교사는 안전을 우려해 학생이 체험학습에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했었다. 그러나 학부모의 강력한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고, 나머지 다른 학생들의 체험학습도 진행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하차결정을 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와 관련된 청원이 제기돼, 21일까지 4만7516명이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