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10여년간 유지해 온 수시모집 확대 정책을 사실상 접고 일부 대학에 정시모집 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거나 수시모집에 수능최저등급을 없애라고 하는 등 대입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더욱이 이런 정책에 대해 대학마다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3월말 서울대와 고려대·이화여대 등 5개 주요 대학에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관의 이런 요구는 지금까지 다양한 인재 선발을 내세워 학생부종합전형을 위주로 한 수시모집을 늘려던 교육부 정책을 사실상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수시 쏠림 현상이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50대50이었던 수시와 정시 비율이 최근 거의 80대20이 됐다”며 “지난해와 올해 수시 쏠림현상이 너무 크게 나타나다보니 수능 위주인 정시로 가려는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입의 문이 너무 좁아졌다”고 설명했다.

주로 수시모집에서 사용되는 학종전형은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을 알 수 없어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사교육이나 부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에게만 유리하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 때문에 ‘주관적’인 수시모집보다는 ‘객관적’인 정시모집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육부는 정시축소와 수시확대 기조를 유지해 왔다. 올해 2월말 대입정책 포럼이 마무리된 후에도 정시 확대 입장은 없었다. 때문에 느닷없다는 비판이 비등하고 있다.

대입 수시모집은 1997학년도 입시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2007년 전체 모집인원의 51.5%로 절반을 넘어서더니 올해 치러지는 2019학년도 입시에서는 76.2%까지 늘어났다.

그런데 그간 수시모집을 독려해 오던 교육당국이 갑자기 ‘정시모집 비율 지키기’에 나서자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대학당국도 모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정시모집을 늘린다는 것은 수능시험 성적의 반영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 신입생 선발을 위한 가장 간명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 시험방식이라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말하자면 시대착오적인 선발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방침에 따라 연세대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을 늘리기로 했다. 연세대는 수시전형에서 수능최저학력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반면 고려대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관대와 경희대 서강대 한양대 등 다른 대학도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처럼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 여부에 대한 대학들의 방침이 각양각색으로 갈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20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고2 학생과 학부모의 입시전략은 한층 복잡해지고, 혼란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