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배정 수정, 전출학교 교과 유사 학교 추출 어렵고
브렌디드 러닝, 16개 시도교육청 개발비용 산출 애매
<온라인+오프라인 수업>
2009 교육과정 개정으로 도입된 집중이수제가 학교현장에서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소위 ‘교육과정 미아’로 불리는 미이수학생들은 내년 겨울방학부터 교육청 지정 거점학교에서 해당 과목을 이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수하더라도 평가기준 형평성 논란과 함께 방학 중 이수교과 학습부담 등의 문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학교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집중이수제를 조명하고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마련된 미이수학생 대안을 면밀히 검토해봤다. 전입배정방식 수정으로 전출학교 교육과정과 유사한 학교를 연결시키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발목이 잡혔고, 학습방법으로 제시된 브렌디드 러닝은 어떤 기준으로 개발비용을 산출한 것인지 논란에 적신호가 켜졌다.
◇ 전입배정방식 수정
미이수학생 문제 시발점은 전입에서 비롯된다. 가능한 한 미이수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입배정방식을 수정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유사한 학교에 우선 배정하거나 거주지 우선 배정 방식으로 각각 추출된 학교를 교육지원청이 제공하자는 게 내용의 골자다.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를 선택해 만족도도 높일 수 있고, 전입배정방식 수정으로 미이수학생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전출학교와 교육과정이 유사한 학교를 파악하는 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미지수다. 거주지 인근에서 교과가 비슷한 학교를 찾아야 하는 데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 대안이 충족되려면 동학년 전체가 특정 교과를 모두 학기 집중이수제로 편성하기보다 학급 군별로 교과를 달리해 집중이수제를 적용하는 식의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한다. 대규모 학교일 경우 특정 교과를 학급 군별로 묶어서 적용할 수 있지만 소규모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구조여서 전제조건마저 한계를 보인다.
또 고등학생의 경우 전출입학교 간에 교육과정이 달라 총 이수단위가 부족하거나 교과별 필수이수단위가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어 대입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브렌디드 러닝
특정 교과를 이수하지 못한 미이수학생이 해당 교과를 이수하는 데 있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냐는 말만 많았을 뿐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예민한 문제였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학습을 통해 이수하고 시험만 시도교육청 지정 장소에서 응시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방학 중에 온라인 강의로 이수하는 게 자칫 학습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브렌디드 러닝(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 학습) 제안은 학습 긴장감을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브렌디드 러닝이나 온라인 학습의 경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16개 시도교육청이 비용을 산출해 콘텐츠를 공유해 효율성을 높인다고 해도 어떤 기준으로 산출비용을 나눌 것이냐가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다. 또 콘텐츠 개발 후 관리주체와 보수주체를 어느 기관에 두고 책임을 질 것인지도 예민한 문제다.
다만 교육청 산하 교육정보연원이나 지역사회 우수한 교육기관을 활용해 학기 중 휴무 토요일을 이용해 해당 기관에서 보충학습과정을 이수하는 방안은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 동일 교과 중복이수 원칙
전입학생이 집중이수제 적용에 따라 동일 교과를 중복이수하는 경우도 논란의 대상이 된다. 이미 해당 교과를 전출학교에서 이수했더라도 중복이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학생이 원하면 해당 수업시간에 도서실 등에서 자습하도록 하는 것이 학습 입장을 배려하는 방안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별도의 공간에서 자습을 하더라도 지도 감독 교사가 있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한국교육개발원 정미경 연구위원은 “학교운영상 중복이수하지 않는 학생을 따로 시간내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중이수제 대안이 제시되는 것과 별개로 미이수학생 등 학교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중이수제를 안 하는 게 상책이라는 여론도 퍼지고 있다.
서울 D중학교 부장교사는 “전학생마다 거점학교에서 이수한다고 하더라도 평가문제부터 성적산출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며 “집중이수제를 안 하는 게 미이수학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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