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연수원, 콘텐츠 외주제작 의존
강사 섭외·스토리보드 개정 비용 부담
3~4년마다 자체검점도 때우기로 일관
영세한 원격연수원의 외주제작 의존이 부실연수를 초래하고 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콘텐츠(강의)를 외주제작사에 맡기는 원격연수원이 늘면서 업데이트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사비를 들여 직무연수를 신청한 교원들의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서울 소재 K교원연수원은 올해 여름방학을 맞아 직무연수로 ‘똑똑한 부자를 만드는 마법의 금융해법’을 마련했다. 그러나 강의가 마감된 지난 7월, 해당 연수원은 수강생들로부터 호된 질타를 받았다. 강의 18강과 19강에서 5년 전 연말정산으로 설명한 게 문제의 발단이 됐다.
강의를 수강한 M교사는 “연말정산은 해마다 조금씩 개정되거나 보완되는 사안이 많은데 5년 전 내용이 강의에 나와 황당했다”며 “지난해 연말정산 방법도 올해와 다른데 2007년 내용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교원대학교가 운영하는 H교원연수원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많은 학교들이 엑셀 2007을 쓰고 있는데도 엑셀 2002년 버전을 가지고 ‘교원정보활용 강의’를 진행했다가 교원들의 집단 항의를 받은 것. 해당 연수원은 앞서 한글 2007버전을 가지고 진행했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룬 바 있다.
부실연수에 대한 항의는 때마다 연수원에 접수되지만 해당 강의는 매년 강의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부실연수의 공급이 외주제작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콘텐츠 제작 기본 단가는 2~3천만 원대. 수십 개의 강의를 올려야 명맥이 유지되는 원격연수원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전략은 콘텐츠를 외주제작에 맡기는 방법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영세한 원격연수원들이 외주제작 콘텐츠를 수지가 맞을 때까지 계속 돌릴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시차가 안 맞는 이른바 업데이트가 늦는 부실 강의가 나오는 것이다.
K교원연수원 관계자는 “제작비용이 높다보니 본전을 되찾으려면 한 번 제작된 콘텐츠는 계속 제공될 수밖에 없다”며 “외주제작이라도 3~4년에 한 번씩 자체점검 기간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주제작 콘텐츠 자체점검도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한 강의를 점검하려면 제작자나 강사를 다시 섭외해야 하는 데 이 경우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아 자체점검이 눈 가리고 아웅 격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다. 점검 과정에서 강의안과 스토리보드 수정까지 더해지면 결과적으로 점검비용이 제작비용을 상회하게 된다. 연수원한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H교원연수원측은 “부실연수는 단기간에 많은 업체들이 원격연수 사업에 뛰어들면서 영세한 원격연수원들이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콘텐츠를 계속 돌리다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원격연수원 재정에 대한 교육당국의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시장이 단기간에 커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교과부가 교원들의 연수 선택권을 이유로 여기저기 허가를 내주면서 업계 흐름을 망쳤다는 지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전문 I업체 관계자는 “자격연수 같은 교원연수는 점수가 반영되는 중요한 연수인데 정부가 너무 시장에 연수를 맡기는 경향이 있다”며 “연수 내용과 콘텐츠 질을 수시로 확인하고 감시해서 (연수원)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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