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부터 학생 질병 노출 인권침해 논란
심층검사·치료 맡아줄 검진기관 연계 안 돼
교과부 사업 ‘정서행동발달검사’ 전면 중단
교과부의 학생정신건강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당초 성장기 학생들의 정서와 행동발달을 검사하고자 진행된 ‘학생정신건강서비스지원’ 사업은 현재 인권침해 소지에 따른 논란과 검진기관 연계 미비로 좌초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전국의 1,126개 학교에서는 정서행동발달검사가 두서없이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올해 전면 확대 실시한다고 밝힌 ‘학생정신건강서비스지원’은 학생들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자살, 인터넷 중독 등을 조기진단 하고자 마련된 사업이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학교와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 Wee센터를 중심으로 조기진단에서 치료까지 연계 실시하고, 학생들의 정신건강 치료에 적극 나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사업은 초기부터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키며 잡음에 휩싸였다. 특히 일부 학교들은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발송한 후 때 아닌 항의전화에 몸살을 앓았다.
지난 5월 가정통신문으로 학생정서행동발담 검사 참여를 권유한 서울 S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정서와 행동문제 요인이 뇌의 변형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는 추세라고 언급했다가 학부모들의 반감을 샀다. 학교에서 전문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검사지를 통해 1~2차 검사를 실시한 후 이상 증후를 보이는 학생들을 전문기관을 통해 심층사정평가 하겠다고 한 것이 학부모들의 심기를 건드린 요인이 됐다.
S고등학교 보건교사는 “학교가 학생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이상 증후가 있는 학생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 통보하면 학생들이 낙인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의 E초등학교는 검사결과의 신뢰도와 타당성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E초등학교 교무실 관계자는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검사지에 의존해 정신검사 했을 때 그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검사방법 정확성이나 검사결과 신뢰도가 불분명한데 성급하게 학생에게 정신 질환을 통보하는 게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적으로 인권침해 논란이 일면서 사업이 중단되고 학교별로 상담을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진단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렵게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심층사정평가가 진행된 학교들은 검진기관 연계 어려움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교과부가 지정한 학교 수에 비해 지역 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보건정신센터와 Wee센터는 소수에 달해 지속적인 치료가 어려운 상태다.
충남의 C중학교는 “관심군이나 주의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학교와 가정이 연합해서 전문기관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고 가정이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아 치료가 불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S초등학교 P보건교사는 “현재 교과부가 진행하는 학생정서행동발달 검사는 진단만 있고 대안은 없는 사업”이라며 “50만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치료가 시급한 학생들의 치료를 정기적으로 돌리는 건 무리”라고 꼬집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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