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서툰데 자소서 등 다양한 서류 요구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신설된 다문화가정 특별전형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어 말뿐인 배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2012학년도 수시 1차에서 한국외대, 건국대, 경기대, 성신여대 등이 다문화가정 특별전형을 신설하고, 한양대, 이화여대, 충남대, 숭실대 등은 다문화가정자녀 지원 자격을 추가하는 등 많은 주요 대학들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학들의 다문화가정 전형 확대는 최근 급속하게 증가하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배려 차원에 따른 것이자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들의 진학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도를 통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진학 활로를 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전형에서 각종 서류를 요구하고 있어 서류전형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국대는 다문화가정 학생 지원 자격을 추가한 KU사랑 전형에서 지난해와 같이 학생부와 서류, 면접 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는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 활동보고서 등 포함된다. 건국대는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을 100% 반영한 뒤 2단계에서 서류와 면접을 각각 50%씩 반영한다고 밝혔다.
경희대와 경기대, 성신여대 등도 학생부 비교과를 비롯한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 등 각종 서류와 심층 면접을 통해 합격자를 가려낼 계획이다. 각 대학들의 서류 반영 비율은 50~100%로 합격 당락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어가 서툰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와 활동보고서를 써야 하는 데 대해 큰 부담을 안고 있어 이들의 특성을 감안한 서류 간소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D여자고등학교 3학년 부장교사는 “한국어가 서툴러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 성적이 떨어지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1000자 내외로 자기소개서나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주문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H고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대부분의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채택하는 만큼 심층면접으로 다문화가정 학생의 학업계획과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대학들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과 일차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서류전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신여대 입학관리처 관계자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모두 역량을 가졌다고 볼 수 없는데다 학교생활 적응에 따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학교의 특성과 학생의 성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서류전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인 만큼 그들의 특성을 감안해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동조한 대학도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해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와 활동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상당한 부담을 가진다는 지적에 따라 2012학년도 입시에서는 활동보고서 제출을 폐지했다.
한국외대 입학관리처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가진 잠재력과 일차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서류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오히려 서류전형이 학생들의 역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자기소개서만 요구키로 했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