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정당화하는 사회, 반드시 아픔 동반”
나는 가수다, 도전자, 기적의 오디션, 댄싱위드더스타, 코리아갓텔. 방송계에 ‘나는 가수다’ 포맷을 차용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면서 교육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교사들은 지난 2008년 교육계를 뒤흔든 4.15 교육자율화조치와 ‘나는 가수다’가 지향하는 바가 흡사하다고 입을 모으며 경쟁을 강화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반감을 드러냈다.
평가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고 그 서열의 마지막을 차지한 가수가 탈락되는 ‘나는 가수다’ 시스템이 학력신장을 표방하며 경쟁을 유도하는 현 교육체제와 여러모로 닮았다는 것.
특히 교사들은 학력신장의 기치를 걸고 내달리는 교육에서도 특목고, 자사고 등의 존재는 수월성 교육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경쟁에서 도태된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패배와 무능을 공정한 경쟁에서의 패배로 받아들이게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서울 관광고등학교 이인문 교사는 “모두에게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평등한 기회가 제공되지만 그 중 단 한 명만을 슈퍼스타로 만들지만 나머지 참가자는 절망을 가져버리게 된다”며 “슈퍼스타K2는 자본주의적 경쟁의 판타지를 우리에게 심어준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어 이 교사는 개인의 도태가 자연스러운 무능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법칙이 되는 체제에서는 공정하지만 피나는 경쟁을 통해 자신의 우수함을 증명하는 체제가 받아들여져 합법적으로 성공하는 이와 도태되는 이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주의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청소년을 주요 시청자로 삼고 있어 자칫 자본주의 시대 경쟁체제를 온당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평가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고 탈락자를 가려내는 시스템이 오히려 경쟁구도를 강화시켜 실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논리가 나가수와 교육계에 잔재해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나가수야 말로 자본주의 시장주의 체제 이데올리기가 극명하게 문화 속에 드러나는 형식이라는 것.
전교조 손충모 부대변인은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 정당화되는 사회를 보여준다”며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아픔을 동반하고, 누군가는 소회 당한다” 지켜보는 이들조차 불편하게 만드는 체제라고 비판했다.
한편에서는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구성원들 간의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숙명여자고등학교 예주영 교사는 “평가가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구성원들 간의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나는 가수다’가 다른 한편에서 보여준 평가 자체가 목적이 아닌 개개인이 자신의 열정과 실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평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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