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교육 금지·학력신장 강풍 흔들
신앙교육 유지하고자 자사고 동의
학력 위주 견제 못한 데 무력감 보여
미션스쿨의 뿌리는 조선시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5년 7월 아펜젤러 목사가 스크랜톤 의사의 집 한 채를 사서 시작한 것이 미션스쿨의 시초다. 배재학당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1910년 2월 사이에 설립된 기독교계 학교는 총 790여개에 이른다. 현재 전국적으로 개신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기독교계 학교는 각각 315개, 69개로 추산된다.
미션스쿨의 업적은 대단하다. 외국인 신분으로 학교를 세운 선교사들은 1910년대 무단통치 때도 일제에 대항했다. 이후 계속해서 인재양성과 복음선교에 매진한 미션스쿨은 독립군들의 본거지로서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미션스쿨이 항일 투쟁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보유한 미션스쿨은 지금도 기독교 교육 산실을 자처한다. 교내 교목실은 성경공부와 채플(예배), 신앙수련회, 학생부흥회를 주도하고 신앙교육을 기반으로 인성교육에 매진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션스쿨이 건학이념과 달리 기독교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신앙교육이 힘을 잃은 이유는 두 가지다. 초기 설립자 정신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후계자가 경영 과정에서 의지가 약해졌거나 정부의 공교육지침으로 종교교육이 제재를 받는 상황이 그것이다. 일부 미션스쿨이 전교생 대상으로 선택권을 주지 않고 반강제적으로 종교교육과 행사에 동원한 것이 여론의 비난을 샀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재학생이 출현하면서 체면도 구겼다.
강제 종교교육 금지라는 지침이 일선 미션스쿨에 내려간 후 종립학교에 대한 보완책 없이 신앙교육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부이지만 수월성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가 잇따랐다. 몇 개의 미션스쿨이 자사고라는 차선책을 내놨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탄력을 받으면서 시대 흐름인 학력신장이 가능한데다 현행법 안에서 합법적으로 신앙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평소 신앙교육 중심의 인성교육에 치중하면 학력 성과가 저조한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었다. 그건 미션스쿨의 고민이자 딜레마였다. 곧 자사고 전환을 쏙쏙 이뤄졌다. 서울의 신일고, 대광고, 이화여고, 동성고, 중광고, 보인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미션스쿨의 자사고 전환은 그늘도 많다. 새로 지은 건물과 시설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재학생과 자사고 신입생 간의 차별이 버젓이 자행됐고, 신입생 위주로 교육정책이 추진되면서 실력과 외양을 갖추지 못한 재학생들이 상대적이 박탈감을 느꼈다. 투자 대비 결실을 얻기 위한 방안이 교내회의 시간에 거론되는 등 학교가 신자유주의 물살에 흐느적거렸다.
일부 미션스쿨 교사들은 교목실이 신앙교육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교내 자사고 전환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랑, 존중, 평등을 주창하는 미션스쿨의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인 처사를 교목실이 견제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교목실은 여론의 뜻을 헤아리면서도 교내 상황이 학생 간의 불협화음이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학교가 은연중에 일반 재학생과 자사고 신입생에게 동등해야 한다고 보지만 교내 교육정책에 교목실이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게 교목실의 입장이다. 만약 영향을 행사한다면 월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션스쿨의 목적이 인재양성과 복음선교라는 점에서 교목실이 자사고 전환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자사고로 명패를 단 미션스쿨이 그들만의 리그가 돼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초기 미션스쿨을 세운 선교사들은 신분차별이 뼈 속까지 스민 조선인들에게 평등사상을 알리고 인류의 존엄과 가치를 내세웠다. 미션스쿨을 세운 선교사들의 진정성이 지나친 학력신장 열풍과 종교교육 열성에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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