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평일 오전 9시에 회의 진행
“근무 중 회의 위법” 교내위원 반기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가 최근 학교운영위원회 평일 오전회의 개최로 시끄럽다. 교사들이 수업하거나 수업준비를 하는 근무시간에 때아닌 회의가 강행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5월, 해당 학교 학운위는 2010학년도 예산에 대한 결산심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학운위는 제출된 심의자료가 부실하고 위원들 질의에 행정실 답변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결산소위를 통해 보충자료를 제출받아 추후에 구체적인 검토작업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결산소위에서 심의를 위한 보충자료를 행정실에 몇 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제출받지 못하자 다음 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그런데 결산소위 활동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음 회의가 공고됐다. 회의시간은 평일 수요일 오전 9시. 이 시간은 교내 교원위원이 모두 일과를 진행하는 근무시간으로 교원위원 2명 중 1명은 수업이 있고, 1명은 1교시를 제외하고 수업이 연달아 예정된 시간이다. 교원위원은 수업 등의 문제로 회의 개최 곤란함을 표명했다.
그러나 학교장과 지역위원장은 회의가 공고됐으니 참가할 것을 지시했다. 학교장은 오전회의를 희망하는 학부모가 있고, 일과 후 회의를 개최하면 일부 교원들의 의견만 수용될 수 있다며 결산소위가 검토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다음 회의는 가부결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찍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미 회의공고가 나갔기 때문에 변경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학교 교원위원들은 지난회의에서 학교예산 집행상 심각한 결함이 드러난 예산 심의를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마무리 짓겠다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불어 학운위 회의를 학교일과가 이뤄지는 평일 오전 9시에 진행하는 것은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했다.
올해 3월 신설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59조의 23항에 따르면 “국·공립학교에 두는 운영위원회의 위원장은 회의 일시를 정할 때 일과 후,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운위 회의를 강행하려는 학교장과 이를 반박하는 교원위원들의 공방은 일단락 마무리됐다. 공고가 나간대로 평일 오전 9시에 회의는 개최됐지만, 수업과 직장근무 등으로 참석하지 못한 교원위원과 학부모위원이 있어 다음 회의로 연기됐기 때문.
그러나 만약 강행된 회의에서 안건이 모두 통과되고 심의가 진행됐다면 이번 사건은 논란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신 교원위원들의 반발과 함께 이를 수용한 학교장의 협의가 이번 사건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마무리하게 했다는 점에서 안도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교내 학운위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폐쇄적인 행정과 대표성 결여 등 문제점을 한꺼번에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학교운영이 평일 학운위 오전회의 개최라는 사소한 문제까지 유출시켰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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