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교폭력 진단만 내놓고
고액 심리·정신 치료비 개인 부담
경제적 부담 이유로 치료거부 땐
후속조치 없어 고민 “복지 절실”
학교폭력 근절을 외치는 교육당국이 교육적인 시각에서 가해학생을 끌어안으려는 학교 노력에 궁색한 복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교내에서 학교폭력으로 생활지도부 협의회를 거쳐 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된 가해학생들은 폭력 수위에 따라 징계를 받는다. 동시에 교육당국은 이들의 재활을 돕고 폭력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투입해 원인을 분석하는 등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이 마련한 대안은 학교폭력에 연루된 가해학생을 진단한 후 학부모에게 치료 받을 것을 권고하는 수준이어서 실제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소수인 실정이다.
서울 오류중학교 이협우 교사는 “학교폭력에 연루된 가해학생 대부분은 가정이 온전치 못한데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고 있어 치료가 필요하다는 교육청 진단은 그저 권면에 불과할 뿐”이라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경제적 부담과 생활 여건을 이유로 치료에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지난해 평소 폭행과 무단 근태, 교사에게 불손한 언행을 일삼은 학생 2명이 폭력자취대책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그러나 상담결과 2명 모두 폭력장애 증후군 판정을 받음에 따라 정신치료를 권했으나 학부모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았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비록 학교폭력으로 회부됐지만 이들은 지도의 대상이 아니라 치료의 대상”이라며 “가해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치료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박종철 학교생활국장은 “심리 및 정신치료는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2년까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다 약값까지 들어 형편이 곤란한 가정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심리치료 7회에만 5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치료를 교육청은 받으라고 권할 뿐 치료 비용은 학생 몫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교육계가 정치권과 손을 잡고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며 복지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세태를 비판하는 쓴소리도 나온다.
서울 S고등학교 L생활지도 부장교사는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데다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겪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연루되거나 부적응으로 고생하는 등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데도 교육계 복지는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라며 “이들의 재활과 치료를 도울 복지는 종적을 감췄다”고 비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