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 부족해지자 관리서 손 떼
바닥 균열되면서 연못 물 말라가고
토양 건조한 까닭에 초목 금세 시들
교내 곳곳에 나무와 화단을 조성하고 생태공원을 만든 학교들이 추후예산과 담당인력 부족 이유로 관리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사실상 학교숲이 방치되고 있다.
학교용지가 약 21,512㎡로 대규모 부지를 자랑하는 서울 동대문구 H초등학교는 지난 2003년 소나무와 향나무, 상수리나무 등 수십 그루를 심고 연못과 화단으로 학습원과 하늘공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건조한 학교 토양 특성상 자체습도 조절을 위해 비료나 객토를 뿌려야 하는 까닭에 이를 감당할 예산과 담당인력이 없어 현재 관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H초등학교 관계자는 “3년간 1천만 원씩 예산 지원받았지만 80% 이상 수목 비용으로 나가면서 남은 비용의 20%로 관리했다”며 “별도 예산 지원이 없는 지금은 학교숲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친화적인 학습 공간을 제공하고자 수십 그루의 수목과 식재로 화단과 학습원을 꾸린 학교들은 외관상 싱그러운 실록을 자랑하고 있지만, 학교숲 곳곳에는 생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식재가 말라가는 실정이다.
지난 2006년 학교숲운동본부와 구청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학교숲을 조성과 공원화 사업을 벌인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도 예산 이유로 3년 전부터 관리와 유지가 안 되고 있다. 이 학교는 수목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화단 뒤로 나무를 빼곡히 심는 우를 범했다.
S초등학교 관계자는 “당시 학교 부지에 여유 공간이 없어 화단과 나무를 동시에 심는 차선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나무가 빡빡하게 들어서면서 바람과 햇살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아 화단에 심은 식물이 금세 말랐다”고 전했다.
반면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학교숲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학교 안으로 끌어들인 탓에 공사 계획이 지연되거나 본래 취지가 애매해진 학교도 있다.
학교공원화 사업으로 담장을 허물고 숲과 화단을 조성해 생태학습원을 만든 서울 노원구 D초등학교는 지난 2001년 학교숲 조성 사업을 계획하던 중 담당교사가 다른 학교로 옮기면서 공사가 중단되다 지난 2002년 학교공원화 사업으로 학교숲 조성 계획을 엎은 바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공립학교 특성상 학교장과 교사가 자리를 옮기면서 당시 학교숲 조성 계획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며 “서울시 지원으로 공원화 사업이 진행된 뒤로 연못으로 생태학습원을 만들고 담장을 허물고 공원화한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학교숲에 대한 거시적인 관점에서 출발하지 못한 까닭에 연못 바닥에 균열이 생겨 부레옥잠과 붕어가 생식을 하지 못해 악취나 나는데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자꾸 버리면서 연못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학교숲운동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9년부터 2009년까지 10여간 학교숲을 가꾼 서울 소재 38개 학교 대부분은 예산과 담당인력 부족, 학교장 마인드에 따른 사업유지 변수 등 이유로 지속적인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학교숲운동본부의 학교숲 가꾸기 사업에 이어 서울시 등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학교공원화 사업을 유치하면서 학교가 생태학 관점에서 숲을 심도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급하게 끌어들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숲운동본부 김재형 팀장은 “2000년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수목을 심고 식재를 가꾸는 것이 학교숲이라고 생각했던 안이함이 있었다”며 이어 “학교에서는 지속적으로 학교가 업체를 선정하고 수목을 고르고 가꾸는 등 학교숲을 기획하고 사업비에 대해 회계 처리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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