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개요 특징 ‘개인사 → 시대사’ 전개
한국 문학의 거목 박완서 작가가 지난 22일 별세했다. 향년 80세. 한국현대사 굴곡을 온몸으로 체험한 통에 평소 “글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던 작가는 삶의 연륜을 바탕으로 치열한 글쓰기를 보여줬다.
박완서는 지난해 8월 출간된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산문집에서 “전쟁이야기라면 더 이상 쓸 것도 없다”고 언급할 정도로 그의 작품 소재와 배경에는 한국전쟁이 다각도로 등장한다. 개인의 인생사를 시대사로 환유하고,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을 다독였다. 누구보다 현대사의 아픔을 절절하게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경험에서 우러난 치유와 소통을 중시한 박완서의 작품은 문학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교육적인 내용을 담보하고 있어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개인의 인생사를 통해 전쟁의 비극성을 극대화시킨 「엄마의 말뚝」「그 여자네 집」은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빠지지 않는 소설. 사회구조가 갖는 모순이 여성에게 미치는 파급을 그린 「꿈꾸는 인큐베이터」, 일상의 소소함을 격려로 풀어낸 「꼴찌들에게 보내는 갈채」 역시 국어교과서 곳곳을 장식한다. 본지는 세대를 아우르고 시대를 뛰어넘는 박완서의 문학 혼을 기리는 뜻에서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 일부를 정리했다.
그 여자네 집
만득이와 곱단이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7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국어(상) 교과서에 실려 학생들에게 매우 친숙하다. 김용택 시인의 ‘그 여자네 집’이 먼저 등장함으로써 화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구조가 작품의 특징. 학교 국어 수업시간과 내신시험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유추하고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며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건이 결코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다. 수업시간 심화학습으로 개인의 삶과 역사적 사실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글쓰기나 토론활동도 이뤄진다.
엄마의 말뚝
전쟁의 상흔이 투영된 작품으로 일제 말과 6.25 전쟁이 배경이다. 어머니의 투병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딸의 성장 과정에 따라 유려한 필치로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이른바 ‘체험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술되는 이 작품은 ‘말뚝’을 통해 자기 삶의 확고함을 갖지 못하다 죽어서야 비로소 딸과 내밀한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박완서 특유의 강한 서사를 느낄 수 있다. 언어영역 모의고사와 수능시험에서 지문으로 출제됐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으로 박완서의 유년기부터 결혼 전까지 삶을 그린 자전소설이다.
1930년대 개풍 박적골에서 꿈같은 유년시절과 195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서울에서 보낸 20대까지를 그렸다. 생활력이 강했던 어머니와 그를 빼닮은 작가 자신, 반대로 여리고 섬세한 기질을 가진 오빠가 소설을 이끈다. 30년대 개풍 지방의 풍속과 자연, 생활상 등 작가의 역량이 여과 없이 발휘된 수작이다.
꿈꾸는 인큐베이터
생명의 가치를 담았다. 소설 토론 수업에 많이 등장한다. 학생들이 생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아선호사상으로 가정 또는 사회에 파생되는 문제를 짚어본다. 또 등장인물 행동에 대해 왜 그런 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는지 깊이 들여다보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형성돼 가는 생각의 틀을 점검하는 데 좋은 수업 자료다. 한 가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내용으로 소설이 전개돼 남학생들도 재밌게 잘 읽어낸다.
자전거 도둑
부도덕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고하는 단편동화. 최근 서술형문제에서 지문으로 등장, 주인공의 마음 속 갈등이 해소됐음을 알 수 있는 표현을 찾거나 사회 변동 속도의 특징과 원인을 서술하는 문제가 예시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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