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학생 학부모와
문자·메신저 대화 가능하고
재미없고 딱딱한 교과서 대신
게임·영어지문 섞은 UCC 수업
수업시간 지루하다 싶으면
유튜브 동영상 보며 분위기 UP
인기교사는 역시 달랐다. “교과서 대신 컴퓨터로 수업하는 선생님” “영어로 우리를 낚는 ET Sam" "수업시간 45분은 Show time" 학생들의 수업평가가 사실을 증명하니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였다. 올해로 교직생활 3년차인 서울창동중학교(교장 김명순) 손지선 교사.(사진) 학생들과 나이차가 10살도 안 나는 20대 후반의 남교사를 학생들은 주목했다. 그래도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한다고 모두 마음을 여는 건 아닌데, 어떻게 학생들과 통했을까? 교내에서 인기교사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소통’을 꼽았다.
“처음 발령받고 1년동안 수업시간에 제가 ‘Yo’ 하면 학생들은 ‘What's up'하고 주고받았어요. 아이들의 반응을 끌어내고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학생한테 교과서 대신 영어지문을 게임 장면이나 프로그램에 입력해 UCC를 만들어 오라고 했어요.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했습니다.”
수업은 말 그대로 ‘Show’ 같은 45분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반응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잠잠해졌다. 이때부터 손 교사는 고민했다. ‘지속적으로 집중하게 하고 참여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여준다고 학생들이 잠을 안자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소통을 생각할 때 보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틈틈이 깊은 사이가 되도록 노력해야 그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 교사는 수업시간에 뒤처지고 잠자는 학생들부터 챙겼다. 평소 문자와 메신저를 즐기는 손 교사는 학생들의 친구등록을 받아주고 일촌 신청을 했다. 교실에서는 영어라면 고개를 흔들고 엎드려 자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학생들은 사진에 예민했다.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엎드려 자면 찍고 떠들어도 찍고 수행평가 안 해오면 또 찍고... 나중에는 지워달라면서 안자겠다고 약속하더라고요.”
인터뷰 중에도 학생으로부터 메신저 쪽지가 오자 곧바로 답장 해주는 형 같은 선생님을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부모님들이 처음에는 이름만 보고 여교사라 생각하시면서 문자도 하고 메신저도 하다가 나중에 통화하면서 남자인 걸 아시고 굉장히 놀라셨어요. 교사가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느끼면서 경외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하지만 어디까지나 관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학부모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영어에 흥미를 갖고 열심을 내는 학생도 손 교사에게는 귀한 제자였다. 외고 존폐로 들썩이던 지난 2009년.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학생들을 도왔다. UCC 동영상을 만들자고 제안하며 각본, 성우, 제작 모두 학생이 맡고 손 교사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추천서에 사실을 적었다. 외고선발 방식이 바뀌면서 오히려 영어수업 UCC를 만든 학생들의 실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외고 합격생 20명 중 10명은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다.
수업이 지루해질 때는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는 영어교사. 문제를 빨리 풀면 사탕을 주고, 학생들의 참여를 위해 영어 수업지원단을 만들고 학기말이면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해단식을 하는 교사. 학생들은 그의 수업에 고개를 들었다. 본문을 읽을 때면 더듬거리던 학생은 비로소 해석이 된다며 기뻐했고, 영어 UCC만드느라 하루 24시간을 투자하는 열혈 학생도 있다.
“영어를 놓고 학생의 모든 잠재력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중지능이론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비록 제가 영어교사이지만 UCC를 만들면서 디자인에 뛰어난 감각을 보이는 친구가 있고, 연기가 타고난 학생도 있다는 걸 확인했어요. 아이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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