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정리해본다. 2010년을 갈무리하는 주간교육신문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부상한 진보교육감의 등장과 무상급식, 체벌금지 및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인한 파장을 꼽았다. 인사, 방과후학교, 수련회 등 각종 교육비리에 몸살을 앓았던 학교현장과 교원평가, EBS 논란을 되짚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학생과 교사가 급히 몸을 옮겨야 했던 긴박한 순간도 정리해봤다. 국정 집권 3년을 맞이한 MB정부의 입학사정관제, 자율고, 교원평가 등 교육정책도 점검했다. 부산했던 어제와 오늘을 딛고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교육현장의 각종 사건, 사고를 10개의 키워드로 분석해봤다.
▲무상급식 찬반 논쟁 … 예산 확보 ‘끙끙’
올해 교육계를 흔든 최대 현안은 무상급식이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교육계와 정치권이 공약으로 무상급식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했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보진영의 교육감이 두루 당선되면서 무상급식 실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개념이 대응되면서 무상급식 찬반 논쟁이 본격 가시화 됐다. 현재 무상급식은 예산 확보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시 의회는 지난 1일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켜 무상급식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서울시 예산에 반영시키도록 했지만 서울시가 협의를 거부해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교총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무상급식에 반대 공동선언에 나서기도 했다.
▲6.2 지방선거 후 진보교육감 대거 등장
교육계 수장을 뽑는 6.2 지방선거는 진보교육감 등장을 알리는 서막으로 평가된다. 서울과 경기, 강원 등 수도권에서 진보교육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정진곤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누르며 재선에 성공했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을 상대로 선전하는 등 수도권에서 진보성향 인사가 교육수장을 맡는 결과를 가져왔다. 민병희 강원교육감, 김승환 전북교육감, 장만채 전남교육감, 장휘국 광주교육감도 진보교육감으로 이름을 올리며 이들의 등장에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상당부분이 타격을 받았다.
▲체벌 사라진 학교 ‘혼란’
지난 7월 이른바 ‘오장풍 교사’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 동장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혈우병을 앓고 있는 학생을 향해 발길질로 체벌을 가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체벌금지 여론이 급물살을 탔다. ‘오장풍 교사’를 계기로 학생인권에 대한 중요성이 재확인 되면서 지난 11월 서울에서 체벌금지가 전면 시행됐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이뤄져 학교현장이 학생지도 방법을 놓고 골몰을 앓고 있다.
▲올 3월, 교원능력개발 평가 전면 시행
전국 모든 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가 지난 3월부터 전면 시행됐다. 평가 결과가 우수한 교원에게는 학습연구년 등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반면 미흡한 교원은 의무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하는 등 당근과 채찍이 동시에 마련됐다.
그러나 교원평가 시행을 놓고 교직 사회에 경쟁 풍토가 조성돼 전문성이 신장될 이라는 긍정적인 반응과 평가방법과 공정성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반응이 엇갈려 앞으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인사·방과후학교·수련회 등 교육비리 후폭풍
교육계는 올해 상반기 내내 교육비리에 몸살을 앓았다. 연이은 교육비리에 교육계의 성토와 반성이 줄을 이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인사비리에 연루된 교육계 인사들의 대가성 뇌물 혐의가 포착되면서 교육계 비리가 전면 드러났다. 방과후학교, 수련회, 수학여행, 학교급식 등 업체의 리베이트가 성행하면서 학교장들의 징계도 잇따랐다. 입학, 공금횡령, 사학비리 등 학교현장의 비리도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교육비리 백화점’이라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비리 신고포상금’을 마련, 올해 접수한 교육비리 신고 60여 건 중 6건을 포상금 지급대상으로 잠정 결정하고 지난 13일 포상금심의위원회에서 지급됐다.
▲얻어맞는 교사, 무너지는 교권
최근 수원의 한 고교에서 학생이 20대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교단이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춘천에서는 초등학교 학생이 담임교사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인천의 모 중학교에서 학생이 40대 기간제 여교사를 여러 차례 주먹으로 가격했고, 전남 순천의 한 중학교에서도 50대 여교사가 학생에게 머리채를 잡힌 데 이어 충북 제천의 고등학교에서도 40대 여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
학생에 의한 폭행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녀를 때리거나 불이익 줬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고 수치심을 주기도 했다. 학생 인권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교권 추락이 또렷해지면서 학생의 생활지도를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교권을 세우고 공교육 내실을 다지질 교육 해법이 요구된다.
▲무서운 10대의 도발 ‘학교폭력 적신호’
올해 연초부터 10대 청소년의 학교폭력이 유난히 두드려져 사회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 2월 포털사이에 올라온 ‘여중생 알몸 졸업식’ 동영상은 중학교 졸업식 후 선배와 친구들이 여학생의 교복을 찢고 밀가루를 뿌리는 행위가 담겨 누리꾼의 비난을 샀다. 이 사건은 해당 학생들의 경찰 조사로 이어지면서 정형화된 교내 식문화가 바뀌게 되는 계기가 됐다.
무서운 10대 도발은 폭행, 절도, 방화 등으로 이어졌다. 지난 11월 부산에서는 가출 후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동급생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은 고교생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험담했다는 이유로 같이 어울리던 여중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한강에 버린 사건과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동급생의 등을 흉기로 찌르는 등 학생들의 집단폭행, 살인미수 사건이 일어나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학교폭력에서 압축적으로 보여지고 있어 교육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북, 연평도 포격 … 서해 5도 학교 휴교
지난달 23일 북한의 서해 연평도 기습적인 포격을 가하면서 서해5도(연평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소재 학교 11곳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포격 상황이 발행하자 연평도 지역 내 학생 162명은 학교 내 지하실로 대피 후 인천으로 몸을 옮겼다.
사태가 악화될 것을 대비해 교과부는 인천시교육청을 통해 연평도 및 인접지역 학생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라는 긴급공문을 시달하고 휴전선 인접한 경기, 강원지역 초중고교에 휴교조치를 내렸다. 휴교가 결정된 학교는 연평도의 연평초, 연평고, 소연평분교와 백령도의 백령초, 북포초, 백령고, 대청도의 대청초, 대청고, 소청분교 등이다.
▲체감도 떨어지는 수능 연계 ‘EBS 효과’ 논란
EBS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교과부가 EBS 교재 및 강의와 상당부분 연계했다고 공언했으나 수험생들이 느낌 체감연계율은 지극히 낮아 혼선을 빚었다. EBS 교재와 연계한 수능 출제가 수험생 부담과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EBS는 문제집 독점이라는 비판 여론도 감수하고 있어 앞으로 EBS 교재 연계 계속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형국이다.
앞서 EBS는 수능 언어영역 강의를 진행하던 여강사의 군대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해당 강사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 중 “군대 가서 뭐 배워오냐?” “죽이는 거 배워온다”라고 부적절한 표현을 해 출연 정지 조치에 이어 퇴출됐다. EBS는 논란이 된 강의를 인터넷 다시보기에서 삭제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EBS는 공교육 혁신이라는 프레임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수능 70% 연계 논란, 문제집 독점, 수능 강사의 군대 비하 발언 등 숫한 논란을 남겼다.
▲입학사정관제·자율고·자사고 흔들 ‘MB교육 몰락’
국정 집권 3년을 맞이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참담한 결과를 보이며 흔들리고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MB정부가 내건 교육 기치는 ‘자율화와 경쟁력 강화’. 그러나 정책마다 문제를 드러냈고, 논란을 불어왔다. 최근 학생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의도와 달리 학생 선택권을 제약하면서 전국 49곳 중 16곳이 미달되는 등 미달 사태를 겪었고, 예산 증액을 앞세워 빠르게 추진되던 입학사정관제는 대학과 고교 양쪽이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EBS 강의의 수능 연계 시도는 수험생들로부터 ‘속았다’는 원망을 듣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와 사립대 구조조정, 교원평가 등 주요 교육 법안이 당리당략에 따른 표리부동하면서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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