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인사이동 후 담당자 바뀌면 도루묵
일선 전문계고등학교 취업 담당교사들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산업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업계 리스트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잦은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어 그동안 접촉한 업체 관계자와의 관계가 수포로 돌아가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 취업을 위한 취업 담당교사들의 고전분투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 사격해야 할 교육당국은 수수방관으로 임하고 있어 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일관성 없이 진행되는 전문계고 교육정책이 관련 업계의 이해도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지금처럼 학교 차원에서 산업체와 접촉하는 구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도시에 비해 산업체 기반이 약한 지방의 중소도시나 시골 전문계고는 산업체와의 접촉이 어려워 사정이 더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교들은 관련 업계 명단을 구하는 것 마저 어려워 중소기업청이나 기업은행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일반 전문계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전환
산업체에 정책 설명해도 협약 체결 어려워
중소기업청서 마련한 산업체 명단 받아도
피상적 정보 대부분이라 신뢰도 떨어져
그러나 이러한 접촉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산업체와의 원만한 관계 형성은 쉽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산업체의 기존 일반 전문계고 교육정책 이해도가 떨어진다. 최근 교과부의 주문으로 일반 전문계고가 특성화고로 전환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취업문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산업체와 접촉을 시도하지만 전문계고 교육정책 변화나 흐름의 이해도가 낮아 취업 담당교사들의 어려움을 배가 시킨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애로사항은 마이스터고 쪽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마이스터고는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지원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마이스터고 재학생의 군대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점을 꼽으며 정책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최근 특성화고 전환에 나선 서울의 한 전문계고 취업담당 과장은 “현장에 나가서 특성화고 전환이나 학교 사업을 설명하다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학교는 위에서 내려오는 정책에 맞게 사업을 진행하고 교육할 수밖에 없는데 산업체 반응은 학교의 움직임이 업계 트렌드에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고 보고 있어 학교는 중간에 껴서 그저 답답할 뿐”이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전문계고 교육정책을 생소하게 받아들이다 보니 학교와 산업체와의 협약 진전도 어렵다. 특성화고로 전환한 학교는 학생들의 취업 수요를 위해서 산학협약이 관건이지만 학교장이나 이사장의 인맥으로도 기업과의 협약 체결이 쉽지 않아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게다가 학교에서 확보하는 관련 업계 리스트가 전문계고 사이에서 공유되지 않고 있어 새로이 특성화고 전환에 나선 전문계고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전문계고를 담당하는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에서 산업체 명단을 확보해주지 않는 것도 취업 담당교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나마 중소기업청이나 기업은행이 관련 업계 명단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나 피상적인 정보가 대부분인 이 명단은 학교에서 주요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 교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특성화고로 전환되면서 관련 업계 리스트를 확보하는데 크고 작은 회사를 모두 발로 뛰어다니면서 학생들을 보내도 되는 곳인지 알아봤다”며 “교육당국은 취업률 제고를 위해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이런 일에는 수수방관”이라고 질타했다.
전교조 경기실업교육위원회 장윤호 위원장은 “교육당국은 손 노호 학교 차원에서 취업 담당교사 2~3명이 크고 작은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만나고 업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라며 “중앙에서 학교끼리 업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학교와 산업체의 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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