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지 올해로 11년. 로웨나 엠 카트바겐(41세, 사진)씨는 필리핀에 있을 때 보다 한국에서의 영어강사 생활이 더 바쁘다고 했다. 한국에 온지 2년 만에 동네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시작했고, 2004년부터 지역 인근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주부교실 강사로 활동했다. 부지런히 한국어를 익히고 재밌는 영어수업을 연구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지역 사람들 눈에 들어 문경시 관광통역까지 맡았다.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딸 그리고 영어강사로 만나는 아이들이 위안이라는 그녀의 목소리는 밝고 활기찼다.
-한국에는 어떻게 왔나?
1999년 10월에 왔다. 남편을 만나 농사를 지으며 살림을 하다가 전공을 살리면 좋겠다 싶어 한국에 온지 2년 안돼서 학원강의를 시작했다. 6개월 동안 했는데 필리핀인 이라고 해서 학부모들이 나를 신뢰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말도 서툴러서 생각보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게 어려웠다.
-10년간 꾸준히 영어강사를 했는데.
처음에는 내가 한국말도 못했고 학생들도 영어를 못해서 가르치는 것이 잘 안됐다. 학생들은 이해가 안 되면 떠든다. 그래서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 수밖에 없었다. 요즘엔 한국말이 늘어서 학생들이 이해를 못하면 한국어로 설명한다.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처음 강의를 시작하던 2000년 초반보다 요즘 학생들 실력이 훨씬 좋다. 반대로 실력은 늘었어도 영어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여전히 있다.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있다.
-필리핀에서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4년의 교직경력이 있던데.
내 월급은 시급으로 책정된다. 영어강사를 하는 한국인들 중 고등학교나 전문대를 나왔지만 내 월급과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영어 강사가 쉽게 되는구나 생각했다. 나는 필리핀에서 정식 학교교사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또 정식 교사가 되려면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등록금이 비싸고 그동안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원어민을 대하는 한국사회는 어떤가?
한국에서는 피부로 판단하는 게 강하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서구 출신의 원어민이 능력과 경력이 없어도 쉽게 강사가 된다. 집세나 건강보험 혜택이 있고 수당도 높다. 한국에서는 이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인은 일자리를 얻는 게 어렵다. 우리들도 건강보험과 돌보고 도와주는 혜택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의 가짜 졸업장이 문제되고 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의 편견을 바꾸고 싶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있다면?
나를 비롯해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한국사회 편견을 바꾸고 싶다. 또 다문화 가족에게 직업활동으로 영어강사 우선권을 줬으면 한다. 원어민 강사를 뽑을 때 서양인과 동양인을 다르게 보지 않는 게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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