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신났다. 이달부터 줄줄이 잡힌 체육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에야 말로 응원전에서 제대로 한 건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중에서도 체육대회 반티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이템(item). 1반은 환자복을 맞춰 입는다더라, 3반은 슈퍼맨을, 4반은 유치원생 복장으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떠돈다. 학생들이 1년 중 가장 큰 함성과 열의를 보인다는 바로 그날, 체육대회 현장 이야기를 모아봤다.
집단체제 거부=환자복
수월성 욕구=슈퍼맨
한마디면 돼=쀍 or 달려
◇반티의 진화
초기 체육대회 반티는 색깔 구분이었다. 1반에서 파랑색을 입으면 2반이 빨강색을, 그러면 3반이나 4반이 노란색을 정했다. 8반쯤 가서는 검정색이 나왔다. 밋밋한 티에 그림을 그리거나 단어를 넣겠다며 학생들은 동대문 시장으로 몰려갔다. 담임교사의 얼굴이나 재밌는 어록을 인용해 각 반의 특색을 더했다.
청소년들의 사회적, 문화적 시각을 담은 괴상한 언어도 자주 인용됐다. 한창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상황과 대화 앞뒤 구분 없이 쓰인 ‘쀍’이 대표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단어 하나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개성 강한 학생들의 욕구는 반티의 진화로 이어졌다. 색깔 맞춤에서 벗어나 상하의를 맞추는 세트 반티가 등장한 것. 획일성과 집단체제 거부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환자복을 입고, 입시를 위해서 묵묵히 참고 공부하라는 사회 암묵적인 요구를 농부복장으로 표현했다. 하늘을 날고 싶고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는 슈퍼맨과 베트맨, 스파이더맨 등 캐릭터 복장은 학생들의 수월성 욕구 대변했다.
◇반티의 상업화
체육대회가 열릴 때마다 반티 맞춤이 붐을 일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티를 제작하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가의 단체 티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상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반티 가격이 5000~7000원대인 것에 반해 환자복이나 슈퍼맨 복장은 20000원대를 웃돌아 학교가 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제공할 수 있는 고가의 반티 제작을 제재하기도 했다.
◇과장·냉소 담은 반티
학생들이 반티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재밌고 신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정기적으로 두발검사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각양각색 복장이 허용되는 체육대회를 날로 잡은 것. 그날만큼은 교내에서 규율과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쾌감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입시부담으로 억눌렸던 욕구 분출이 체육대회 반티에서 나타나면서 귀엽고 발랄하게 자신을 포장하거나 과장하는 반면 자신을 평가하는 사회에 대해 냉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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