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금지로 되려 성장
수능·고시개편 후 술렁
다리 량(梁)자와 나루터 진(津)자가 동시에 들어간 노량진. 서울 한강 이남을 따라 형성된 학원가의 하루 유동인구는 약 8만 명으로 추산된다. 머무르는 사람보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고, 혹 오래 머물다가도 잠시 지나가고 있는 중이라 여기는 노량진 학원가는 최근 수능 개편과 각종 고시(考試) 대수술로 여러 전망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5시. 저녁시간에 이르자 국사 문제풀이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서 재수생들이 하나 둘 쏟아졌다. 그들 중 몇 명이 저녁 먹기 전 비 그칠 때까지 학원가 분위기를 전해주겠다 했다. “86일 남았다” 말이 나오자 누군가 “날짜 세지마” 받아쳤다. 지난해보다 여유롭지 않냐 물으니 “그렇지도 않아요”란 답이 돌아왔다.
재수생 김진우씨(19)는 노량진 학원가 분위기가 “좀 특이하다”고 했다. “상계, 대치, 목동 학원가랑 다르게 재수생 중심예요. 각종 학원이 몰려서 수험생 연령층도 다양해요. 그리고 모두 필사적이에요. 여기서 안 되면 끝이다 그런 거요”
학원 관계자들은 노량진 학원가를 두고 전두환 정권 시절 과외금지가 오히려 키운 지역이라 말한다. 종로, 서울역, 용산역 등 서울 중심지에 있던 재수생 입시학원이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몰려든 것. 목동이나 대치, 상계는 과외 해금 후 부유층이 몰린 고급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재학생 대상 학원이 생긴 곳이라 노량진 학원가와는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
김씨는 얼마 전 수능개편 발표를 보면서 덤덤했다고 했다. 대신 또 바뀌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현 중3학생부터 해당되는 개편안은 그에게 전혀 해당사항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처럼 노량진에서 젊음을 미루고 엉덩이 붙이며 공부할 후배들이 측은하다.
“저는 해당되지 않으니까 상관없는데 수험생 부담이 줄어들진 않을 것 같아요. 1, 2차 두 번 치루면 둘 중 더 잘 치룬 점수가 적용 받고, 대학에서 B형을 요구한다면 1, 2차 모두 선택하겠죠”
결과적으로 수험생 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거란 얘기다. 학원가는 탐구영역 축소와 난이도를 달리한 A, B형 시험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하지 않는 눈치다. 일단 수준별 반 편성으로 대처 할 거란 의견이 강하다. 과목자체를 A형 대비반과 B형 대비반으로 이원화면 대처에 어려움이 없고, 오히려 B형 대비반에 더 높은 수강료를 요구할 수도 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 대입학원이 상대적으로 차분하다면 고시학원은 3대 고시제도 발표 후 술렁이고 있다. 사시와 외시가 폐지된 데에 행시가 축소되면서 공직 채용제도의 변화가 혹여 임용고시에 영향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그래도 임용고시는 다른 고시와 달리 제한경쟁시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노량진 학원가를 둘러싼 기류는 이들에게 어서 지나가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게 한다. 과거 노량진에서 시험을 준비하며 별을 보려했던 이들은 더 이상 여기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이곳에서 재수생활 했던 김두리씨(25)는 “노량진을 지나가는 곳이라 여겼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수 당시 7차 교육과정 첫 세대였다. “모두들 한 1년씩 참고 준비하다 떠나잖아요. 이곳을 지나가야 했던 저에게 노량진은 약속의 땅이었어요”
노량진 지하철 1호선 역사에는 합격 신화를 보증하는 학원 간판이 즐비하다. 그 약속을 믿고 오늘도 사람들은 노량진으로 모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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