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맘대로 바꾸겠다는 가사로 인기몰이한 포미닛 현아. 이러한 자기애 과시는 10대 특성을 반영한 '셀프 홀릭'으로 나타나고 있다.


셀카 찍고 PMP로 혼자서 노는 10대 특성 반영
가사 내용도 ‘구속하지마’→‘내 마음대로’ 이동

‘웃기지마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해’ (포미닛 ‘HUH') '내 맘대로 내 뜻대로 좋아 좋아’ (에프엑스 ‘UN 예삐오’) ‘생각한대로 맘 가는 대로 너를 위해 사는 거야’(티아라&다비치&씨야 ‘원더우면’)

앞에 나열된 가사는 요즘 한창 인기를 끌거나 얻은 곡이다. 이 가사의 특징은 뭘까? 이른바 셀프 홀릭(self-holic, 디지털 문화가 낳은 자기애 강한 소비자)이라 불리는 ‘내 마음대로’를 표방한 곡이다. ‘나’에게 빠진 오늘날 대중가요는 과거 90년대 가사에서 볼 수 있었던 위계질서와 체제를 거부하고 저항했던 양상과 사뭇 다르다. 그들의 외침처럼 누가 뭐래도 2010 가요계는 ‘나’를 집중하고 있다.

‘셀프 홀릭’ 기류에는 10대 아이돌이 중심에 서있다. 10대 여고생과 여중생의 발랄함을 내세워 포미닛, 에프엑스, 티아라, miss-A가 대중에게 선보였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나’를 외칠 예정이다.

셀프 홀릭을 담은 가사 내용은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자기중심적 삶을 살겠다는 게 대부분이다. ‘누가 뭐라 해도 모두 내 맘대로’와 같이 (현아 ‘Change') 기죽지 않고 당당한 나를 넘어 '난 너무 예뻐요 난 너무 매력 있어 난 너무 멋져’처럼 (원더걸스 ‘So Hot’) 내가 멋지고 예뻐서 다들 깜짝 놀랄 지경이라고 말한다. 가사는 철저한 자기중심이다.  

이러한 가사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형제가 둘이거나 외동이 많은 젊은 세대들의 놀이는 ‘나에게 만족하면 돼’이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는 ‘셀카 놀이’와 PMP, PDA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가 바로 그것.

그렇다고 과거 대중가요에 자기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며 진정한 ‘나’를 찾겠다고 항변했던 외침은 서태지와 아이들 ‘교실이데아’, HOT ‘전사의 후예’, 젝스키스 ‘학원별곡’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교와 사회가 조장한 치열한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겨내기 위해 항변하는 식이다. ‘이제 그런 가르침을 됐어’ ‘그들은 날 짋밥았어 하나 남은 꿈도 다 가져갔어’ ‘국영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아리 인정받고 일류 대학으로 간다’

그러나 오늘날 체제에 대한 항변은 나에게 만족하면 그만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이 강하다.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겉모습만 보면서/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miss-A 'Bad Girl Good Girl')처럼 경쟁을 통해 나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철저한 냉소가 다소 과거 항변보다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