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땐 보증보험 위약금 들이밀고 연좌제 적용하기도
“잘못된 것을 시정하기 위해서 서로 힘을 합치자고 오던 교사들이 이제는 그만두겠다고 노조를 찾아와요. 그만두는데 본사로 곧장 가는 게 아니라 여기서 자신이 감수해야 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얻으려고 옵니다. 그만두는 것 마저 쉽지 않아요”
지난 10일, 뙤약볕 내리는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앞에서 200여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사무국장은 현재 노조 상황을 이 같이 전했다.
최근 재능교육지부 노조는 학습지 방문교사로 학생들의 학습을 도왔던 동료들의 퇴사 절차를 돕는다고 일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노조가 하는 일은 대부분 보증보험 위약금과 유령회원 등록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회사와 학습지교사의 관계가 위탁계약인 까닭에 각종 판촉물과 인쇄물을 자비로 구입하면서도 일주일에 1~2번씩 출근하며 회사의 철저한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최근 방과후교실 영향으로 오후 늦게 학습지 방문하면서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
“영업수치가 교사들에게 할당되고 채우지 못하면 교사들은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자비로 가짜 회원을 등록하고 비용을 부담해요. 보증보험 때문에 학습지 한 과목을 등록할 때 3만원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나가겠다는 교사들은 퇴사할 때 다시 보증보험에 발이 묶여요. 모든 경비를 내야만 퇴사가 가능하거든요. 만약 교사가 내지 않고 나가면 남은 동료들에게 연좌제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학습지교사들은 유령회원 등록비와 보증보험을 감수하더라도 떠나기 위해 노조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수도 많이 줄었다. 과거 6000여명에 달하던 수는 현재 약 3000여명에 불과하다.
오 사무국장은 기업과의 투쟁에서 노조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습지교사는 위탁 받았기 때문에 자영업 형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예요. 노조는 이를 인정할 법적 보호를 마련하기 위해서 필요해요. 지금은 교사들이 그만두기 위해서 노조를 찾는 게 가장 안타깝지만 이 때문이라도 노조는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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