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친숙한 10대 특성 반영한 UCC 수행평가
학생 1명이 올리면 다른 학생들도 줄줄이 제출
밤새 제작한 학생들 UCC, ‘작품’이라 불러주고
수업 전 UCC 시사회 열고 학생 자존감 높여줘
교직 첫발 내딛은 새내기 교사 추수연수 엿보기
지난달 27일 화요일 오전 10시. 경희대학교 청운관 403호 강의실에 현직교사가 강단 위로 섰다. 마이크를 잡은 폼이며 청중을 집중하게 하는 언변이나 몸가짐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년간 방학마다 도시며 시골을 가리지 않고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연수 강사로서 쌓은 관록이 보였다. 올해 교직에 첫발을 내딛은 새내기 교사를 대상으로 추수연수를 진행하는 송형호 교사(면목고)는 ‘UCC 활용 수업’ 주제를 가지고 마이크를 잡았다. 송 교사는 강의에 앞서 최근 교육계 화두로 떠오른 ‘체벌’을 꺼냈다.
송 교사는 새내기교사이자 후배교사들에게 잠시 UCC 활용 수업 대신 ‘돌봄’을 이야기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아침에 와서 오후까지 자는 학생, 두발 규제 단속을 피해 끝까지 머리 자르지 않는 학생, 무단결석을 일삼는 학생 등 교실에서 만나는 갖가지 사례가 쏟아졌다. 이 학생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수업은 어떤 수업이어야 할까? 송 교사 물음에 몇몇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중한 모습을 보였다.
오늘 연수를 받은 경기도북부교육청 관내 중고등학교로 발령 받은 교사 중 여럿은 기간제 교사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래저래 요즘 학교가 어떤지 아예 모르고 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교직 첫발에 담임을 맡은 교사도 두 명이나 됐다. 수업연구와 학생지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고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 높일 수 없는 사안이다. 새내기 교사들은 할 말도 궁금한 것도 많은 듯 보였다. 송 교사는 새내기 교사들에게 ‘관심’ 이라는 답을 달아줬다.
간혹 학생들의 반항은 ‘나를 봐달라’는 표시를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렇다면 교사가 ‘널 지켜보고 있다’는 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송 교사와 새내기 교사들은 학생들이 만든 UCC 수행평가를 보며 그들의 문화와 키워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같은 건물 307호에서는 “와아-” 외마디 감탄사가 연달아 터졌다. 계단식 강의실을 가득 메운 새내기 교사 40여명은 동영상을 보며 옆 사람과 속닥이다가도 수첩에 뭔가를 적곤 했다. 강단에 선 윤충훈 교사(장충중)가 마이크를 잡으며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새내기 교사들은 눈을 번쩍였다.
“요즘 애들이 움직이지 싫어하죠? 같이 뭐 하자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요즘 우리 아이들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동영상이나 사진 가지고 하는 건 되게 좋아해요. 처음에 UCC 수행평가라고 하면 아우성치는데 내 선배가, 친구가, 후배가 만든 걸 보여주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그럼 그때부터 재밌는 수업이 시작되는 거예요.”
윤 교사는 2년간 한문과 국어를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내준 UCC 수행평가를 보여줬다. 학생들은 기발했다. UCC로 뛰어넘을 ‘초(超)’ 표현하고자 왼발자전거를 탄 남학생은 그 상태에서 줄넘기를 하는 묘기를 보였다. 화면 위로 ‘超’가 새겨졌다.
“이거 만든 학생한테 제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여줬어요. 그리고 사이트 공지에 이 동영상을 올려서 ‘작품’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줬어요.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조회수와 댓글로 파악할 수 있고, 이 UCC는 폭발적이었습니다.”
학생 1명이 UCC를 올리자 다른 학생들도 과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끝까지 수행평가를 나몰라하던 학생도 마감기한 하루를 앞두고 밤을 새며 과제를 제출하는 이변이자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수업 시작 전에 몇 개를 선별해서 시사회를 가져요. 그리고 즉흥 품평회나 시청률 조사를 합니다. 지금 UCC 틀었는데 반에서 안 본 학생이 2명이다. 이런 식으로요. 내가 만든 작품, 친구가 만든 작품을 수업시간에 보면서 공부한다는 게 아이들이한테는 엄청난 거예요.”
윤 교사는 연수를 마무리 하며 새내기 교사들에게 관심과 소통, 학생들의 문화를 적절히 이용한 수업개발을 설명하며 덧붙였다. “수업에서 교사는 사라지고 학생들이 주인이 되는 수업, 곧 옵니다.” 새내기교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