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우수해도 평가서류 미비하면 지원 중단
지역아동센터 간 경쟁·내분 발생할까 ‘노심초사’
전국의 지역아동센터가 단결했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이달부터 올해 보건복지부 지역아동센터 평가인증 사업에 불참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평가신청 거부서명과 지역별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협의회의 움직임이 특이하다. 먼저 평가거부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복지부 평가인증에서 상위 5% 속한 우수 센터들이다.
이들의 표면적 입장은 빡빡한 평가 준비일정과 모호한 아동기준, 중복되는 서류를 따로따로 준비해야 하는 번거로움 등 평가인증 기준의 비효율성을 들고 있지만, 가장 큰 우려는 평가결과가 운영비와 연계됨으로써 지역아동센터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내분’이다.
자칫 잘못하면 이번 평가로 인해 지역아동센터 간에 경쟁이 조장돼 내분이 발생할거라는 우려다. 이들의 노심초사는 심히 우려할만하다.
먼저 지난해 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평가인증은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미비한 평가인증’ 이라는 성토가 쏟아졌다. 복지부는 지난해 철저한 상대평가로 하위 퍼센트에 속한 센터 의 운영비를 삭감하고, 상위 5% 속한 우수센터에게 인센티브 20만 원을 지급했다. 복지부의 평가결과로 운영비가 삭감된 센터들은 사실상 폐쇄의 길로 들어섰고, 아동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현장 분위기도 차가웠다. 평가 결과와 운영비를 직접 연계한 복지부 평가인증에 교사들이 혀를 내둘렀다.
상위에 속한 우수센터 중 어느 센터는 프로그램이 미비한데 평가서류 준비가 확실해 큰 점수를 땄다는 불편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현장에서 수십 년 아동지도를 해오면서 센터사이에서 ‘전문가’ ‘만능’으로 통한 교사들은 준비서류와 행정처리가 미숙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로 알 것 다 아는 사이라 행정 이면의 평가가 교사들은 불편했던 것이다.
무분별한 지역아동센터의 증가를 꼬집으며 미숙한 시설을 간추려 우수센터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혹자들도 있다. 이 말에 협의회나 교사들도 수긍한다. 그래도 이들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듯이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거리에 방임된 아동은 100만 명에 이르지만 센터를 포함한 보육시설에서 보호받는 아동은 대략 20만 명에 불과하다. 결국 복지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3500개소 지역아동센터 중 2000개소 이상이 복지부의 평가인증에 불참을 선언했다. 복지부는 현장과 소통되지 못하는 일방통행 행정에 등 돌린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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