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A 중학교에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탄가스를 터뜨리고 도주한 중학생은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한 학생은 교실에서 부탄가스에 불을 댕기는 모습과, 폭발 사고 뒤 학교가 혼란에 빠진 장면 등을 담은 동영상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학생은 자신이 올린 SNS에 “사람 모두가 싫었다”며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해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날 오후 1시 50분쯤 양천구의 한 중학교 4층 3학년 교실에서 가정용 버너 등에 쓰이는 소형 부탄가스가 폭발해 출입문과 벽 일부 등이 부서지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작년까지 이 학교에 다녔던 이모(15)군을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폭발 당시 해당 학급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어 다행히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 날 폭발 사고로 인해 교실 복도 쪽 유리창은 다 깨졌고, 콘크리트벽 일부와 출입문까지 복도 쪽으로 튕겨 나가는 등 하마터면 큰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발생 약 3시간 후인 이날 오후 5시쯤 한 인터넷 사이트에 폭발 장면 등이 담긴 동영상 2개가 올라왔다. 이군이 올린 ‘○○중 테러’라는 제목의 48초짜리 첫 번째 동영상에서는 빈 교실 바닥에 종이를 쌓아놓고 태우는 장면이 나와있다. 다만 폭발 장면은 포착되지는 않았다. 3분 44초짜리 두 번째 동영상에는 이 군이 학교 밖으로 나온 후 난리가 난 학교 내부를 촬영하며 현장을 중계하는 음성이 담겨 있다. 이군은 영상에서 “엄청나게 큰 폭발음과 함께 학생들이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군은 원래 이 학교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서초구의 한 중학교로 전학 갔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해 현재는 서울의 한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때 용의자 이군과 같은 반이었다는 한 학생은 "중학교에 진학한 이후 아이들과 못 어울렸다"며 "특히 좀비 게임 같은 걸 좋아했던 친구"라고 기억했다. 이군은 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알았던 친구에게 이날 "전학 간 이후 망상증·우울증에 시달렸고, (전학 간 학교에서) 테러 시도를 했다 실패하고 대신 A 중학교에서 (테러를) 한 것임"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3년 전에 이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전학 간 이군이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왕따나 과대망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군가를 실제 죽이려 했다기보단 사회에 대한 불만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