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인력풀에 원로학자 파악 불분명
고전번역 해제 전문가 고작 10명 불과
그동안 지성의 요람으로써 체계적인 학문을 이끌었던 대학이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경제 논리를 피면서 특정 학문을 외면하는 등 인문학의 위기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의 학과 구조조정은 앞으로 관련 학계에 엄청난 파장이 일으킬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특히 대학에서 고전과 현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충당하는 번역학이 철저하게 외면 받으면서 관련 종사자들의 연구 위축과 원로학자의 파악 불분명이 문제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 학부에서 독립적으로 개설된 번역학과는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어문계열 및 한문학과에서 교육과정 일환으로 진행되거나 강의를 마련하는 것이 고전번역 연구의 루트. 대학원의 경우 지난 2007년에서야 설립된 한국고전번역원와 연계해 협동과정으로 석·박사 인재를 배출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학의 고전번역학 부재는 오늘날 동양 및 서양 고전번역 원로학자의 파악 불분명과 신학문을 수여한 학자와 원로학자간의 교류 단절로 이어져 고전번역 정책과 인력풀이 빈약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동양고전 분야의 경우 전공 교수 약 150명 중 해제를 맡길 만한 사람이 10명 내외여서 학계는 고전번역 부재로 인한 인문학의 위기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서양고전도 마찬가지다. 그리스어나 라틴어 문헌을 전공으로 다루는 국내 대학의 학과는 손에 꼽아야 할 정도로 부실한 고전번역 연구 체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학 내 고전번역의 여지를 둘만한 학과가 없다는 지적은 철학이나 역사, 한문 관련 학과에서 다루는 고전번역이라도 문학 등 이외의 고전을 파고들 연구 기반이 없는 것이어서 고전연구의 틀 확립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고전번역원 김형옥 팀장은 “연구자 육성만큼 중요한 것이 번역 분야이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교육제도가 없다”며 “대학 학제와 연결되지 못하면서 원로학자와 신학자간의 학문 교류와 인력 관리가 안 돼 앞으로 국가적 차원의 인문학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문학과 고전번역 전공자 중 역량이 있는 전문가가 어디 소속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며 “고전번역 대상을 파악하고 성과 자료를 취합하는 작업을 위한 원로학자와 신학자간의 교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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