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통 문화 실현코자
뜻 맞는 교사 하나 둘 모여
지난 15일, 새벽부터 내린 눈은 오전이 돼서야 그쳤다. 경기도 끝자락 안성 수덕원으로 모인 100여명 교사들은 연수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었다고 했다. 피곤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연수 마지막날을 맞은 교사들에게 "괜찮냐"는 인사를 건내니 "좋기만 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새벽에 내리는 눈을 벗 삼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동이 텄다고. 1시간 채 안 되는 선잠을 잤어도 얼굴은 밝아보였다. 이들 손에 들린 책자엔 ‘경쟁을 넘어 건강한 성장을 위한 교사 문화 만들기’ 표제가 물결을 쳤다. 지난 이틀간 연수가 ‘성장’ 이었다면 3일째 연수는 ‘이해하기’로 마무리 될 예정이다. 대강당으로 모인 이들의 가슴엔 어느새 참여와 소통이 자라고 있었다.
ⓒ 참여소통교육모임은 경기 안성교직원수덕원에서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합숙 직무연수를 가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여명의 교사들은 참여와 소통을 몸소 배우며, 학생을 이해하는 가르침을 얻고 각자의 학교로 돌아갔다.
“참통을 아시나요?”
참여소통교육모임(회장 이범희, 이하 참통)의 키워드는 당연 참여와 소통이다. 상세검색을 하고 싶다면 배움, 성장, 돌봄, 치유를 쳐도 좋다. 참통은 갖가지 주제어를 ‘교육’ 범주 안에 넣는다. 그리고 곁가지에서 나오는 노하우와 정보를 공유한다.
참통 탄생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주인은 교사가 아닌 학생’ 뜻을 가진 교사들이 모여 학급 운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구축, 적극 활용해 정보공유 문화를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수십 명의 학생들을 학급 공동체로 모아준 학급 종례신문, 웹 2.0세대인 요즘 아이들에 맞게 업그레이드 한 UCC 수행평가,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낸 1인 1기여 제도, 서툴지만 노력 흔적이 담긴 학생들의 작품을 교실 벽에 걸기 등 참통 노하우는 삽시간에 교사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선배 교사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후배 교사들은 발 빠른 업데이트로 참통을 풍성하게 채웠다. 이들은 평소 온라인상에서 틈틈이 공감을 표하고,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연수에 얼굴을 내비친다. 이러한 활동은 각종 소모임과 지역모임, 계열모임, 교과모임 활성화로 이어졌고, 학생과 교사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실마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아~ 그랬구나!”
“선생님, 저기 있잖아요…” “아휴, 명은야 그랬구나”
“이거 너무 웃기다” “명은 샘, 그치?”
마지막 연수일정을 장식한 강의는 청소년 문화 이해하기.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위해서는 ‘이해’가 필수인 법. 이를 위해 사단법인 청소년문화공동체십대지기 박현동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중학교에서 미술교과를 담당하는 이명은 교사는 “아~ 그랬구나”를 연습하며 “강사님이 학생들 대할 때 무조건 웃으면서 ‘아~ 그랬구나!’가 자동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셨다”며 밝게 웃었다.
올해로 교직생활 15년차 중년의 한 교사는 “아~ 그랬니?”를 연신 대뇌였다. 그는 “내가 생긴 것과 다르게 학생부장을 맡고 있다”며 “잘못한 아이들 벌주기만 했는데 이해가 먼저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최근 세대교체 주기가 10년에서 4년으로 변했다”며 “청소년은 이것보다 더 빠르다”고 언급했다.
“입 보다 귀를 활짝 열겠습니다”
연수일정이 막바지로 임할 무렵 교사들의 새해 각오가 이어졌다. 강의 내내 눈물을 삼켰다는 교사는 아이들 이야기 앞에서 입을 닫고 귀를 활짝 열겠다고 약속했다. 학생과의 문화적 소통을 하겠다는 명랑한 신참교사의 포부도 뒤따랐다.
이범희 회장(경기 기흥고)은 “참여와 소통은 교사와 학생을 성장하게 한다”며 “이는 결국 공교육을 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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