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로 엉망…학생 걱정에 교통지도 결심
스쿨존 설치 위해 교육청·시청 발품 팔기도
전직 공무원 출신이 초등학교 앞에서 무료로 교통지도를 하고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행정부에서 30년째 공무원 생활을 하다 2007년에 퇴직한 황홍연(67, 사진)씨. 사회에서 은퇴한 그는 3년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동네 초등학교에 출퇴근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그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시간보다 앞서 움직인다. 안전한 등하굣길을 위해 횡단을 알리는 수신호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초등학교 앞에서 주로 하는 일은 교통지도와 주변 환경 정리. 얼핏 보면 쉬운 것 같지만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자동차 사이에 서있자면 아연실색하기 일쑤다. 게다가 비나 눈이라도 올라치면 교통지도는 더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3년째 초등학교 앞 스쿨존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퇴직 후 집에서 지내던 그는 우연히 인근 학교의 1일 교통안전 도우미를 하다 학교가 밀집한 지역의 도로를 보게 됐다.
황씨는 “초등학교 2개가 모인 곳에 놓인 도로인데도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가 굉장했다”며 "당시 지어진지 1년도 채 안된 신생학교라 주변 도로가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학생들은 신호가 바뀌면 살펴보지도 않고 도로를 질주해 학교 앞 도로는 언제라도 교통사고가 나는 환경이었다. 이를 본 그는 교통안전 도우미로 봉사를 결심, ‘집에서 쉬느니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인근 학교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녹색어머니회 회원으로 등록, 학교 앞 교통지도뿐만 아니라 도로환경 정비를 위해 협력했다.
이렇게 시작된 황씨의 활약은 주변이 변화하는 쾌거를 이끌어냈다. 경미하지만 위험이 도사리는 교통사고는 발생률이 감소했고, 운전자들은 점차 서행운전 의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의 봉사는 행정기관 방문으로까지 이어졌다. 학교 주변에 스쿨존 표시를 위해 교육청과 시청, 구청, 경찰서로 발품을 팔며 행정부에서 30년 동안 공직생활로 얻은 노하우를 쏟아 교육환경을 바꾸는데 앞장섰다.
게다가 학교 근처 공터가 청소년들의 오토바이 주차장으로 이용, 흡연 장소로 전락하자 행정기관에 울타리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황씨는 “학교 앞 도로에서는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한다”며 운전자들의 인식개선 촉구하며 “교육현장에서 수고하는 교원들이 많은데 몸이 허락되는 한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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