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과학수업이 뒤죽박죽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5~6학년에 적용되면서 교과서에는 이미 배운 내용이 실리거나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이 빠졌기 때문인 것.

6학년 1학기 교육과정 중 1단원 ‘지구와 달의 운동’의 절반 이상은 5학년 1학기 때 배운 내용이다. 2학기 과정 중 1단원과 2단원도 5학년 1학기 과정과 일부 내용이 중복된다. 반면 개정 과정에서 초등학교 3~4학년 과정에 신설된 단원을 올해 6학년은 배우지 못했다.

올해 6학년은 4학년 과정인 ‘거울과 그림자’ 단원 일부와 3학년 과정인 ‘소리의 성질’을 추가로 배워야 한다. 또 올해 6학년 2학기에도 개정 과정의 5학년 2학기 2개 단원을 가르치기 위한 시간이 추가로 배정돼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수업지도 계획을 수정할 것을 권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초등학교 3~4학년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할 때도 교사 연수를 실시했지만 일정 부분 빠뜨리고 가르치거나 중복된 내용을 가르치는 일이 있었다”며 “올해는 이 같은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교과서에 수업 보충자료를 싣는 등 추가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업 파행이 일어나는 등 지난해와 비슷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 수업지도 계획을 제 때 수정하지 못한 교사들이 학생들이 이미 배운 학습내용을 반복하거나 수업시간에 진도를 나가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은 “선생님이 1단원을 성의 없이 가르친 후 단원평가 문제도 거의 다 알려주고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과학 전담 교사가 있는 학교는 사정이 좀 낫다.

염준혁 충북 진천문상초등학교 과학 전담 교사는 “과학수업은 못 배운 부분과 배운 부분을 차시를 바꾸는 등 재편성하여 가르치고 있다”며 “못 배운 부분인 4학년 과정인 ‘거울과 그림자’와 3학년 과정인 ‘소리의 성질’은 차시를 확보하여 공백 없이 가르치고 있어 별 문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학 전담 교사가 없이 담임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학교는 과학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임을 맡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6학년 교사는 “올해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5~6학년에 적용되면서 교과서에는 이미 배운 내용과 안 배운 내용이 있어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혼란스럽다”며 “초등학교 과정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을 다 못 가르쳐 주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에 교사들은 교육과정 개정이 잦아지면서 이 같은 혼란은 이미 예고됐다고 지적한다.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정하면서 교육과정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지게 됐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