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생활서 지켜야할 규칙 너무 많아
흔히들 시설을 제2의 가정이라 한다. 이는 시설이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길 바라는 사회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면서 동시에 여러 이유로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을 돌본다는 의미다.
가정의 또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자리 잡은 시설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동복지시설은 285개로 17,992명(2008.12월 기준)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는 법인가 시설만 집계한 것으로 비인가 시설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위치한 S보육원은 100명 가까이 되는 원생들 중 초 등생이 대부분으로 연령별로 묶어 한 방에서 지낸다. 보육지도사가 한 방에 한 명씩 있지만, 아이들끼리 생활하고 조율하는 일이 상당히 익숙하다.
서울의 H보육원 역시 중학생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동이다. 그러나 나름 서열이 분명하다. 고학년 아이들은 일종의 책임감과 연대감을 갖고 동생들을 보살핀다.
그래서일까. 시설에는 서열이 분명하다. 나이에 따라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도 정해져 있다. 중학생이 되면 외출이 보다 자유롭고, 여자 아이들은 어린 동생들을 돌보거나 설거지를 돕는다.
또 자주 바뀌는 시설 선생님보다 더 오랜 시간 동생들과 생활하기에 동생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도 있다. 게다가 동생들이 잘못하면 시설의 큰 아이들이 야단맞기 때문에 관심을 안가질 수도 없다. 시설의 큰 아이들은 여러 가지로 자신을 동생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긴다.
그러다 간혹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이들은 변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 방을 쓰겠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혼자 있고 싶어도 쉽지 않은 게 시설 생활이다.
S보육원의 한 여학생(13)은 “요즘에 혼자서 있고 싶을 때가 많은데 동생들이랑 방을 쓰니까 그럴 수 없다”며 “놀자고 동생들이 따라 온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학교 끝나고 학원을 가기 때문에 늘 숙제가 있다”며 “처음에는 동생들이 물어보는 것만 알려줬는데 하다보니 숙제 검사는 내 몫이 됐다”고 밝혔다.
동생들과 함께하는 공동체 생활이다 보니 사춘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겐 답답할 때가 많다. 시설이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도 크지만 지켜야 할 규칙이 너무 많다. 특히 일방적인 지시사항을 따라야할 때는 답답하고 화가 난다.
대기숙사 형태 보육원의 한 여학생(15)은 “지켜야 하는 여러 규칙이 있는데 다르면 안돼고 통일해야 한다”며 “집(시설)에서는 통일을 해야 빠르고 쉽다”고 전했다.
한편 한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시설보호 청소년이 경험하는 시설 생활 의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시설 생활을 크게 6가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시설은 삶의 일부’, ‘소통부재=일방통행’, ‘오붓한 가족생활 그림’, ‘공동체라는 이름 속에 묻혀 지냄’, ‘성장을 자극하는 환경 부재’, ‘아이들끼리 더 가까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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