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한 중학교의 축제가 열린 지난달 22일. 학교는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떠들썩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로 연신 웃음소리와 호응이 흘러나왔다. 전교생 1600명이 모인 중학교의 축제는 다채로웠다. 탈춤과 난타 축하공연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장기와 재능을 엿보는 예능공연과 작품 전시를 기본으로 한 체험 활동이 축제를 풍성하게 했다.
학생 중심으로 축제를 이끄는 과천문원중학교(교장 최경숙)는 학생자치회가 공연기획부터 외부기관 섭외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관장한다. 이들이 준비한 축제 규모는 인근의 고등학교나 대학 못지않다. 게다가 내용까지 알차 칭찬 일색이다. 교사들은 해마다 축제가 풍성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축제는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신종플루 때문에 축제를 취소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축제를 고대한 학생들의 성원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기본 틀은 유지했다. 공연, 체험부스, 전시, 방송제로 나뉜 골격에서 외부인 초청만 뺐다. 그동안 문원중은 외부기관을 대상으로 교육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체험부스로 섭외해 유치했다. 그러나 올해는 학생들의 교과와 계발활동부서를 중심으로 체험부스를 꾸렸다. 학부모의 참여를 이끌고자 ‘어머니 미술교실’에 참가하는 학부모의 작품을 전시해 19개의 부스를 마련했다.
공연은 특수무대가 마련된 운동장에서 이뤄졌다. 춤과 노래뿐만 아니라 연극, 마술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쏟아졌다. 그중에 특수반 학생 3명이 ‘마이 러브’를 열창한 순간에는 모든 사람들이 눈시울을 적시며 감동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문원중은 공연기획부터 전시, 체험부스 거기다 방송제까지 모든 축제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이끈다. 일찍이 학생자치문화가 뿌리를 내린 덕에 모든 노하우가 축제에 모여진다. 이 행사를 위해 추진위원회를 따로 구성할 만큼 학생들은 열성적이고 체계적이다. 축제는 기획, 공연, 체험부스운영, 전시, 홍보분과를 두고 각 분과에 관심과 끼가 많은 학생을 학년별로 선별, 주축이 되어 활동한다.
이를 위해 학교는 전교생에게 축제추진위원회 공고를 띄우고 학생회에서 등록학생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 위원을 선발한다. 구성된 위원회는 2학기 개학 일정에 맞춰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축제의 주제 공모와 공연 사회자 및 참가자에 대한 오디션을 시작으로 축제 분위기를 조성한다.
민주적이고 자치적인 활동은 사회교과와 도덕 수업시간에 배우는 지식으로 남지 않고 교내활동으로 이어진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자발적 참여를 키우는데 적극 나섰다. 2006년 문원중으로 부임 온 최경숙 교장은 교사들에게 학생문화 활성화를 강조했다.
교사가 주도하는 축제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학생회와 지도교사를 중심으로 관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축제를 탐방했다. 명지대학교에서 여름방학 중에 실시한 ‘중고등학교 축제’나 ‘청소년 문화활동’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며 축제 운영에 실마리를 얻어갔다.
덕분에 학생들 사이에서 축제를 주관하는 학생회장단 선거에 서로 출마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해는 5개 팀이 출마해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선거결과 놀라웠다. 학생들은 다소 학업성적이 부진해도 외부활동 에너지 넘치는 팀에게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며 다른 학생들에게 용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축제를 이끈 이대열 학생(3)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친구와 후배들간의 친밀감이 형성된다”며 “학교를 위해 일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유다현 학생(3)은 “전통적으로 이어진 축제이기 때문에 선배에서부터 노하우가 전해진다”며 “축제가 풍성해질 수 있는 이유는 학생 중심으로 눈높이를 맞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원중학교 우재홍 부장교사는 “처음엔 학생들이 이끄는 축제에 대해 교사들의 우려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학교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의견을 주고 받으며 민주적 절차를 통해 협동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몸소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우 교사는 “생활지도가 중요하고 입시부담이 덜한 중학교에서 축제를 통해 학생자치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은 공교육이 살아있다는 증거”라며 “겉치레식으로 진행되는 축제를 학생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풍성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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