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우승 휩쓴 장호원중 관악부
92개의 손에 빛바랜 중고 악기가 들렸다. 4년 전 인근 고등학교에서 빌린 악기로 8명이서 어렵게 창단된 관악부였다. 제대로 된 연습실이 없어 야외 연습을 강행하던 중에 비오는 날이면 천막을 치고 연주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빛바랜 중고 악기로 감동을 연주한 이들은 쟁쟁한 도시 학생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경기도 맨 끝자락에 위치한 농촌지역의 장호원중학교(교장 유근배)에서 관악부가 탄생하게 된 건 교과특기자 육성사업 덕분이다. 하지만 관악부 창단 소식에 학교와 학생들은 냉담했다. 그래도 하겠다고 신청한 친구들을 모으니 8명. 개인 악기를 가진 친구들은 한 명도 없었다. 더 뽑고 싶어도 악기가 없어 인근 고등학교에서 빌릴 수 있는 악기는 모두 빌렸다. 구성원이 듬성듬성하다 보니 합주 보다는 개인 연습 위주로 돌아갔다.
창단과 함께 그해 졸업식에서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경례, 교가를 연주했다. 2006년 입학식에서도 악기를 들었다. 드디어 학교에서 관악부의 존재와 연주가 공공연하게 퍼진 것.
교육청의 지원과 관악부원 합세로 관악부를 단단히 꾸린 장호원중은 처음 출전한 이천시 학생예능경연대회에서 합주부분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이들의 기록 행진은 계속 됐다. 지난해 전국 대회에서 금상과 최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개최된 전국대회 2곳에서 모두 중등부 1위를 휩쓸었다.
관악부 박동원 담당교사는 “천둥소리와 고대 영웅의 전설이 대회 연주곡인데 악보가 국내에 없어 외국에서 수입했다”며 관악부 열의를 드러냈다.
이들의 수상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어려운 환경에도 굴하지 않은 정신 때문이다. 46명의 관악단원으로 구성된 햇사레는 여전히 전용 연습실도, 세련된 개인 악기도 없지만 천막을 치고 야외 테니스장에서 연주를 거듭한다. 방음시설이 전무한 실내는 소리가 울리는 탓에 음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어 야외 연습을 강행한다.
악장 박진주 학생은 “1~2학년 때 대회 준비할 때면 악기를 들고 학교 테니스장에 나갔다”며 “비가 올 때는 천막 서너 개를 치고 천막 사이로 새는 비를 피해가며 악기를 불고, 트럼펫을 부는 사람은 한 손으로 우산을 받쳐 들고 연습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지만,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음악도 순수하게 만든다”며 “연습시간이 끝나도 매일 남아 연습하고 주말도 반납하며 악기에 매달리는 아이들이 스스로 실력을 키운 덕에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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