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들이 수능-EBS 연계 출제 때문에 찍어주기식 문제풀이를 하고 있어 학교 수업이 파행을 겪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행 70%인 연계율을 낮출 뜻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현 고2 학생이 대상인 올(2016학년도) 수능부터 어떻게 달라질지 여부가 주목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인 ‘교육과정평가연구’에 실린 논문 ‘수능 난이도의 변화가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조사’에 따르면 ‘EBS 연계’에 따른 ‘쉬운 수능’ 정책 이후 고교 교사 중 3분의 2(66.9%)가 ‘하달 위주 강의식 수업이 늘었다’고 답했고 64.8%는 ‘문제 풀이 위주 수업의 비중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응답률을 교사 교과별로 보면 지문을 활용하는 영어(80.0%)와 국어(69.5%)의 비율이 높았고, 수학(53.1%)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또 수업에 사용하는 교보재의 경우 연계 이전에는 교과서(45.7%)보다 EBS 교재(28.9%)를 많이 사용했지만, 연계 이후에는 비율이 역전(EBS 교재 63.0%>교과서 28.9%)됐다.

또한 자기주도학습, 협동 학습 등 학생 활동 중심 수업 비중에는 ‘그렇지 않다’의 응답률이 61.9%나 됐다.

‘쉬운 수능’을 위해 최근 EBS 교재ㆍ방송 내용이 거의 그대로 출제되면서 지문만 보면 사실상 정답을 찍을 수 있는 과목에 찍어 주기 수업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교사들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원 연구진은 2013년 6월 우편을 통해 전국 16개(세종 제외) 시ㆍ도 101개 고교 교사 284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교육업체 진학사에 따르면 수험생과 학부모 73%가 쉬운 수능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강조하는 쉬운 수능 기조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자를 모의고사 성적대별로 살펴보면, 1~2등급의 학생들은 81%, 3~4등급은 72%, 5등급 이하는 65%로 성적이 높을수록 쉬운 수능에 반대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반대이유는 변별력 없음(58%), 학업분위기 악화 등 손해(24%) 등, 응답자의 82%는 정당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개편 방식에 대한 질문에는 ‘1년에 2회를 실시해 더 잘나온 성적을 반영’이 41%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 ‘수능 등 국가시험 없이 대학이 자체기준으로 선발’ (24%) △ ‘수능의 자격고사화’ (22%) △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도입’(1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수능시험제도가 당일 컨디션에 따라 대학의 당락을 가르는 다소 잔인한 방식이라는 시험제도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절감과 수능스트레스 저감을 위해서라도 쉬운 수능으로 일관된 교육 정책을 펼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년 연속 발생한 수능 출제 오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왔다. 이에 교육부는 올해 3월 수능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수능의 본래 취지에 맞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