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명인’ 서울사대초 마귀숙 교사
“나는 오줌이 길이라고 생각해요. 노란색 길이 쫙 펴져있으니까(오줌에 대해)” “위에서 부는 바람이 달팽이처럼 동그란 모양 같다(바람에 대해)”
제법 참신하고 기발한 이 문장들. 누가 쓴 것일까?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병아리들의 일기장엔 기발한 문장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중에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문장도 엿보인다. 아이들은 감수성도 풍부하다. 비오는 날에 대해 주제일기를 쓴 한 아이는 “비오는 날이면 새들이 집으로 간다. 비오는 날에는 기타를 쳐보고 싶다”며 제법 의미 있는 생각을 내 놓았다.
서울사대부초등학교 1학년 3반 교실. 올해로 교단생활 20년째인 마귀숙 교사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고학년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1학년을 맡기로 한 것. 무엇보다 다른 학년보다 교육과정을 융통성 있게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과목을 활용한 ‘오감 깨우기’ 글쓰기는 안성맞춤이었다. 1학년 아이들이라 반신반의 염려도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탄탄한 글을 보여줬다.
1학년 3반 어린이들은 한 사람당 관찰일기, 주제일기, 낱말공책 등 공책 3개를 준비한다. 놀이터가 관찰 대상인 날은 운동장으로 나간다. 아이들은 눈과 귀, 손으로 모래며 개미, 시소, 그네, 이름 모를 풀까지 관찰한다. 사진도 찍어 보여주면 관찰된 사실을 공책에 늘어놓는다. 사실을 가지고 시로 쓰는 일은 이제 익숙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과 풍부한 감성이 쏟아진다. 날씨 표현도 톡톡 튄다. “비가 오락가락(7/31)” “사막에 온 것 같음(8/14)” “선풍기 50개 필요함(8/19)”
마 교사는 “순수한 감성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통해 어휘력을 곁들여 주면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한 문장이 나온다”며 “초등학교 1학년은 생활습관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을 주제로 던져 생각을 곁들이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생각을 꺼내기 위한 마 교사의 준비는 철저하다. 24명의 주제일기장에는 교사의 주문이 붙어있다. “손을 씻을 때 느낌은 어떤가요? 물은 무슨 색인가요? 비누를 뭍이면 기분이 어떻죠? 화장실에서는 무슨 냄새가 나나요?” 등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일상생활이 주제로 포장되면 아이들은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을 풀어 놓는다.
주 1회씩. 글쓰기가 가져온 효과는 무엇일까? 마 교사는 자신 있게 “감수성과 자신감”이라 대답하며 “칭찬은 최고의 약”이라도 덧붙였다.
조금 뒤쳐진 아이는 일으켜 세워 조금만 잘해도 무수한 칭찬을 늘어놓는다. 박수도 쳐주고 최고라도 치켜세운다. 자신감을 갖고 감수성을 꺼내는 아이들. 최근 중부교육청 ‘수업 명인’으로 꼽힌 마 교사는 “아이들의 글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며 밝게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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