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아리수 음수대 안전하지만 맛없어”
일부 학교에서 주기적인 필터 교환과 관리가 필요한 정수기를 방치, 위생 관리에 늑장을 부리면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학교 정수기 수질 오염 심각성이 지적된 가운데 지난 5월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학교 44개 중 21개 학교의 정수기 물이 기준치의 150배에 달하는 일반세균이 검출됐다.
이는 학기 중인 점과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5월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정수기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고 있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 정수기가 화장실이나 칠판지우개 털이 옆에 버젓이 놓여있어 위생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H여고는 건물 각 층마다 놓인 정수기가 쓰레기통과 칠판지우개 털이와 나란히 있어 음수대라고 보기에 무색할 정도로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물 마신 종이컵을 버리라고 쓰레기통을 같이 놓은 건데 학생들이 쓰레기를 같이 버리면서 지저분해 졌다”며 “분필가루 날리는데 지우개 털이를 정수기랑 같이 놔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정수기가 화장실 앞에 놓인 성북구 H여고 학생들은 “일지에 점검 날짜가 적혀 있지만 학교 다니는 3년 동안 청소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수기 소독에 락스를 사용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학사모 관계자는 “업체에서 정수기 소독에 사용하는 성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계면활성제나 불소가 사용될 때는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철저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정수기 렌탈 Y업체 관계자는 “향균 작용이 되는 카트리지로 정수기 물탱크 속을 청소한다”면서 “원형막대에 작은 세라믹돌이 있어 안전하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가 아리수 음수대를 일선 학교에 시범적으로 설치, 확대 운영을 시행하는 가운데 학부모들의 요청도 잇따르고 있다.
학부모 이연숙(44)씨는 “아리수 음수대 설치를 확대하고,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실시해 자녀들에게 건강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깨끗하고 안전해서 좋다”와 “물이 맛없다”로 엇갈려 아리수 음수대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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