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지침 없이 방관하다 “2010년까지 기준 맞춰라”
정책당국이 어린이집 비상재해대비시설과 관련해 세부지침 없이 모호한 기준을 4년간 명시, 오락가락 행정으로 관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를 4년간 수수방관해 오던 여성부는 최근 개정한 기준을 2010년까지 맞추라는 지시를 전달해 입안 당국의 업무 태만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7월 3일 개정된 여성부의 비상재해대비시설 설치 기준에 따르면 7월 3일 이전에 인가받은 시설에 대해 개정된 비상재해대비시설 기준에 맞지 않을 시 2010년 12월 31일까지 기준에 맞출 것을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안내된 보육사업 지침에 모호한 기준이 명시됐으나 7월 3일 개정된 지침에는 명확하게 경과규정을 둬 올해 초 해당 시설을 설치한 어린이집은 낭패를 보게 됐다.
전국어린이집연합회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시설을 보강해야 하지만 몇 백만 원 소요되는 시설 보강 비용은 결국 아이들을 위해 사용될 교육비에서 충당된다”며 “결국 피해자는 아이들”이라고 밝혔다.
서울 M어린이집 시설장은 “법이 바뀔 때 마다 변경하면 남아날 어린이집이 없다”며 “구법에서 인가한 시설은 그대로 인정하고, 신법은 후에 인가한 시설에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정부에 위치한 H어린이집 시설장은 “구법에서 인증된 것은 당시 타당하다고 해서 정해진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었다고 2~3년 안에 바꿔라 하면 자원낭비만 초래할 뿐” 이라고 지적했다.
초기 어린이집 운영기준 2003년 보육사업지침(복지부) 비상재해대비시설 설치 기준에 따르면 ‘영유아용 미끄럼대’ 대신 ‘경사강하식 구조대’를 구입, 설치한 어린이집에도 인정했다.
그러나 경사강하식 구조대가 영유아에게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복지부는 다시 2004년 개정했다. 그러면서 기존 어린이집에 영유아용 비상계단 및 미끄럼대를 2006년까지 설치할 것을 주문, 여기에 건축법시행령(제43조 및 건축물의피난·방화구조) 기준에까지 명시하는 강경책을 썼다.
하지만 이 법령도 어린이집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2005년 1월 29일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별도로 여성부 장관이 비상재해대비시설에 관한 세부기준을 정하게 됐다.
세부지침을 정해야할 여성부는 2006년 보육사업 지침에 “비상시 아동의 보행에 지장이 없도록 설치하여야 한다”는 모호한 기준만 정한 채 4년간 방치해왔다. 그 사이 어린이집들은 표준설계도(시방서)나 참고자료 없이 어린이집 상황에 맞게 비상재해대비시설을 설치하게 됐다.
때문에 ‘원통형 미끄럼대’를 설치한 대부분 어린이집은 이번 개정으로 인정되지 않아 철거해야할 상황이다. 또 미끄럼대나 계단이 창문과 2m 이격되지 않거나, 직선 미끄럼대와 계단 규격이 맞지 않으면 철거 내지 개보수해야 한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2005년 영유아보육법 개정 당시 구체적인 세부지침을 정해 주었으면 중복투자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세부지침 없이 4년간 방관하다 갑자기 세부지침을 신설해 어린이집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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