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전을 위협하는 학교 앞 유해시설이 여전히 많은 것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교보건법’에 의하면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는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 영업을 할 경우에는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ｍ까지는 절대정화구역, 200ｍ까지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지정해, 유흥시설·감염시설·호텔·여관·당구장·화장장·경마장 등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는 교육청관계자, 구청관계자, 학교선생님, 학부모로 구성되어 있고, 심의개최 전 심의 대상 업소를 직접 방문하여 인근 학교와의 거리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한 후 학생들의 통학로 환경을 생각하며 객관적인 심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정화구역 안에 유해업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가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질적으로 위원회가 전혀 학교 주변 정화지역의 방어막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학교정화구역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전문가를 심의위원으로 선정하고, 단속과 제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불법업소는 행정·사법기관이 함께 처벌하며, 불법이 아닌 유해업소는 학교정화구역 밖으로 옮기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5일 학교 주변 당구장 및 멀티방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초등학교 주변에 당구장 영업이 가능해지고, 유치원과 대학 인근에는 ‘멀티방’ 설립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중ㆍ고교는 당구장이 금연시설로 적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현행대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교육부는 “당구장은 체육시설업으로 이용 연령 제한이 없는 등 스포츠놀이 문화 장소로 이용되고 있고,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해제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영업을 제한했던 ‘멀티방’과 같은 복합유통게임제공업도 유치원과 대학 주변에 한해 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멀티방은 노래방과 PC방, 비디오방 등을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한 복합시설로 청소년의 탈선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교육부의 이 같은 입법예고에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