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13일 2015학년도 수능 결전의 날이 밝았다. 서울 상암고등학교 정문에는 아침 일찍부터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학생들의 응원구호로 가득 찼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씨와 살을 파고드는 바람에도 응원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신호등 건너하나 둘 수험생이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동명여자고등학교 수험생들이 도착하자, 피켓을 들고 있던 후배들이 일제히 ‘힘을 내! 이만큼 왔잖아 수능 대박 별거 아냐’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선배를 맞았다. 걸그룹 소녀시대의 ‘힘내’를 개사한 센스가 돋보였다. 반대편에서는 ‘따르릉 따르릉~ 수능대박나세요’ 응원가를 부르며 열렬한 환호를 이어갔다.

정문 앞 200m 이내 차량이 금지로 도로 한 가운데 차가 세워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수험생 수송 차량’이라는 문구가 써진 검은 차량에서 수험생이 내렸고 학생 등뒤로 부모의 간절한 눈빛이 엿보였다. 시험장 앞까지 자녀와 함께 들어가는 아버지 모습도 인상적이다.

또, 행여 카메라에 비칠세라 조심히 들어가던 수험생은 나지막이 ‘완전 무서워, 지금’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긴장한 표정을 내비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정문으로 들어섰다. 한파를 뚫고 응원 나온 수험생 후배들과 학부모들에게 따뜻한 악수를 건네며, 교문 앞 길게 늘어선 행렬 사이를 지나갔다. 이어 취재진들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은 통과해야 하는 긴장의 순간이 수능”이라며 “그 동안 열심히 공부한 것을 차분하게 시험에서 잘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입실시간이 다가오자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도 보인다. 8시 10분 입실시간이 지나자, 반쯤 열린 문틈 사이로 감독관과 책을 보는 학생들의 모습은 수능시험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새벽부터 나와 열띤 응원을 벌이던 학생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정리했다. 선배들이 무사히 들어간 모습을 보고난 후에야, 숨을 고르며 ‘정말 춥다’ ‘우리 내년에 또 와야 돼!’ ‘손발이 마비될 것 같아’ 말을 늘어놓으며 집으로 향했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했던 상암고 정문은 학생과 학부모, 경찰, 취재진이 빠져나가고 언제 사람들이 있었냐는 듯 고요해졌다.

이날 수능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6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지며, 지원자는 64만여 명으로 지난해 보다 1만 126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