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가 도입 취지와 달리 기대만큼 수험생의 사교육 완화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일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과 길혜지씨가 올해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고등학생의 EBS 수능 강의 수강 효과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EBS 수능강의 수강이 사교육 참여율을 낮추는 효과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어와 영어에서 사교육비 완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다만 수학에서 EBS 강의가 수능 점수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논문에서는 ‘EBS 수능강의가 사교육 참여에 미치는 효과’를 교과별, 지역‧계층간, 수강시점으로 분석했다. 고 3시기에 세 교과(국어, 영어, 수학) 모두 EBS 수능강의 수강여부는 사교육 참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계층간 분석 결과와 수강시점 역시 이와 유사했다. 하지만 ‘영어’에서 EBS 수능강의 수강은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고 2때 사교육에 참여했으나 고 3때 중단하고 EBS 수능강의만 수강하게 된 학생의 비율은 수학‧영어의 경우 10% 정도에 불과하였고, 국어는 더 낮았다.

또, 논문에서 EBS 수능강의에 높은 관심에도 불구, 사교육 참여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EBS 수능강의 대한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수요, ▲관심 수준이 비하여 낮은 EBS 수능 강의 수강률, ▲EBS 수능강의의 보완재로서 기능하는 사교육을 이유로 들었다.

길씨는 “EBS 수능강의가 70%연계되었다는 점에서 사교육 참여 및 사교육비 지출과 학업성취도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의 막연한 기대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개별적인 맥락과 필요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에 적절한 방식으로 EBS 수능강의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조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설령 ‘EBS 수능70%연계가 사교육비 경감에 유의한 효과가 없다고 할지라도, 향후 EBS 수능강의가 사교육비를 부담하기 힘든 계층에게 사교육을 대체할만한 질 높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교육복지향상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한편,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5월 ‘EBS-수능 연계 70% 정책,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이 정책이 당초 사교육 경감을 목표로 시작된 정책이지만, 사교육 경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관련 사교육을 했다며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