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학연령 차이· 학습공백기· 교육과정 차이
기본학습 부진, 학년 편성 수업 의미 없어
현재 전국 435개 학교에 1천 143명이 재학중인 탈북학생 중 고학년 일수록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 저학년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북한이탈학생의 증가와 교육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통일교육포럼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개발원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탈북학생들의 취학률이 70%에 불과한 가운데, 이들중 다수가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학교부적응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도 급격히 증가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학교교육에 대한 부적응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중도 탈락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7년도를 기준으로 탈북학생들은 초등학교 3.5%, 중학교 12.9%, 고등학교 20.1%의 중도탈락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는 매년 급격하게 중도탈락률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7.0%였던 것이 2006년에는 12.8%로 증가 2007년엔 28.1%로 전년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통일교육연구실장은 “탈북학생들은 자신의 연령보다 1~2년 낮추어 편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연령 차이로 인한 부적응이 실질적으로 심리적인 위축감이나 좌절감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실장은 “나이를 막론하고 기초학습 능력이 부진하고 남북 간의 교육과정과 교육내용의 차이로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특히 국어, 영어, 수학, 컴퓨터 등 주요 과목에서 학력저하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탈북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학습공백기도 지적됐다. 지난 10년간 북한은 경제침체와 식량위기로 학교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때문에 북한에서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탈북학생들은 장기간 난민생활,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의 체류로 인해 학생에 따라서 학습공백기가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학교교육에 대한 부적응은 학습부진, 연령 차이뿐만 아니라 언어차이, 친구 사귀기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 실장은 “남한 학교의 경쟁적 분위기, 성적에 대한 지나친 집착, 과외에 의존하는 풍토 등 이로 인해 정서적 불안정, 심리불안, 자아상의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 같은 이유로 탈북학생들에 대한 학년 편성 수업은 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실장은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북한이탈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 “동급생보다 나이가 많은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에 따라 학년이동이 자유로운 '무학년제'를 운영하거나 정규학교에 적을 두면서도 전문성을 갖춘 대안학교에 위탁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탈북학생의 부모를 위한 교육도 제시했다.
이날 사례발표한 탈북학생 건국대 1학년 신호남 학생은 "일반 고등학교에서 학습부진에 시달리는 나에 대해 학교측에선 영어회화 무료 수강외엔 특별한 조치를 해주지 않았고 북한이탈주민 특별전형으로 진학지도를 해주는 선생님도 없었으나 대안학교의 자원봉사 선생님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최영실 NK지식인연대 교육부장은 "한국에 온 지 벌써 9년인데 탈북자 학부모로서 북한에서 사교육을 몰랐기 때문에 남한에서도 아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한 게 많이 후회된다"며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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