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뽑고 싶은’ 학생 ‘뽑는’ 제도될 수 있어
한국 도입 배경 ‘고교 비중→대학 자율화’ 변화
한국의 입학사정관제가 도입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정부의 예산 따내기 위한 대학의 무모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대입에서 4000명의 신입생을 양산한 입학사정관제는 2010학년도 대입에서 49개의 대학이 이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금요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와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주최로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진행된 ‘입학사정관제의 실태와 방향’ 토론회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을 살피고 한국의 입학사정관 도입 배경과 확대 배경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발제를 맡은 건국대 양성관 교수는 먼저 미국의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을 설명하며 “1922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처음으로 도입돼 ‘사회적으로 원하지 않는 학생(유대인)의 입학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입결정에 주관적 요소를 반영하기 시작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인종주의 성격이 농후함을 들며 자칫 잘못하면 대학이 뽑고 싶은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제도로 도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유대인 학생 증가가 사회적으로 문제되면서 인종 비율 조정 차원에서 이를 도입, 그 후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유대인 학생의 비율이 감소했고 다양한 기여 입학제도가 형성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정광희 대입연구실장도 입학사정관제가 태생에서부터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 교수와 맥락을 같이 하며 한국의 입학사정관제 도입 성격을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한국의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과 확대 배경이 다름을 주장하며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공교육 정상이 목적인 데 반해 현 정부의 입학사정관 확대는 대학과 대입의 자율화에 따른 책임을 전형 전문화로 대응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즉 고교 교육에 비중을 뒀던 입학사정관제 도입 배경과 대학 자율화에 무게를 둔 확대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지금의 입학사정관제가 탄생된 것.
이어 그는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는 입시위주 교육으로 왜곡된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의 맞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대입 기능 회복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한국 대학의 학생 선발의 철학과 방법론이 보다 명확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정부의 막대한 예산을 따내기 위해 대학들이 우후죽순으로 도입하는 입학사정관제가 마치 한국의 모든 대입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부각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대학과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야 함을 당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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