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계→인문계 전학, 전출기간 기다려야
(고1 2학기/고2 1학기)
학교선 기껏해야 상담만…시스템 열악해
올해 중학교 내신성적 12%로 서울 소재 D여자상업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J양(17)은 최근 담임선생님과 부모님께 “전학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사로부터 들은 대답은 2학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J양은 “전문계에서 인문계로 전학하려면 고1년 2학기와 고2년 1학기 전출기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2학기 전출기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안 되면 자퇴라도 할까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 금융마케팅을 공부하는 J양은 중학교에서 좋은 내신성적을 받아 입학 장학금까지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다. 더군다나 충분히 인문계 고교로 진학할 수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체계적으로 금융을 배우고 싶어 전문계 고교 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학교가 홍보했던 금융마케팅과 본인이 생각했던 것이 판이했던 것.
전문계 학생들은 J양처럼 1학년 입학과 동시에 학과를 선택, 진로를 일찍이 정해야 한다. 때문에 다양한 학과를 가진 학교들은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 홍보가 과도하다는 소리도 나온다. 학과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학생들은 일단 학교 말을 전적으로 믿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J양과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을 수치화한 통계는 있지도 않다. 서울시교육청 직업진로교육과 관계자는 “매해 이런 경우에 처한 학생들이 있지만 수치로 본다면 미미할 것”이라고 전하며 “전출기간을 고1년 2학기와 고2 1학기로 두는 것은 학생이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 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렇게 진행됐고 앞으로도 그렇다”고 답했다.
학교 현장도 파악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J양의 학교 진로담당 교사는 “이런 경우에 처한 학생을 파악한 자료가 없다”며 “전학 때문에 고민한다면 담임교사와 상담하는 선에서 이뤄진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학교가 학생들의 진로고민을 중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론 역부족”이라며 “진로담당 교사 한 두 명이 전교생 파악할 수도 없고, 담임교사를 통해 연결되면 좋지만 그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학생 파악이 된다고 해도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상담 말고는 없다”며 시스템과 여건이 열악함을 전했다.
다른 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울에 위치한 S여자실업고교 진로담당 교사는 “학과와 학생 적성이 맞아서 다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며 “인문계에서 입시에 시달리느니 조금이라도 관심 갖는 분야를 공부 하겠다는 게 학생들의 생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P공업고교 건축과 3학년에 재학 중인 S군은 “학과가 나한테 잘 맞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 맞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학교를) 다닌다”고 답했다.
서울 K공고 한 교사는 “(교육당국) 위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학과에 흥미를 못 느끼고 그냥 학교 다니는 학생이 많다”며 “전출이 쉽게 허용 되선 안 되겠지만 전문계에서 떠도는 학생들을 붙잡을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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