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외국어고등학교 옹벽붕괴 사고의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울산시교육청과 시공업체(남영건설) 모두 법원의 강제조정을 거부해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은 최근 양측에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이 조정안은 총 17억원의 공사비(기성금) 중 5억원 상당을 시교육청이 업체에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공업체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결과 달리 시공업체의 잘못을 상당 부분 인정하는 조정안인 셈이다.

시공업체는 조정안에 먼저 이의를 신청했고, 애초 조정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시교육청 역시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1심 판결 이후 일 년 넘게 끌어왔던 갈등이 법원의 조정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지만, 양측이 거부하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0년 9월 울산외고 신축공사 현장의 옹벽이 무너져내리자 시교육청이 부실공사의 책임을 물어 시공업체에 총 17억원의 공사비 지급을 보류했고 업체가 ‘공사대금을 달라’라며 울산지법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울산지법은 지난해 2월 “시공사는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했기 때문에 옹벽 붕괴의 책임이 없고 설계 책임은 발주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시교육청은 미지급 기성금을 모두 업체에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그러자 시교육청이 “업체가 설계상 하자를 알고도 시공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항소해 부산고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다.

부산고법은 양측이 조정안을 거부하자 다시 조정을 시도할지 아니면 판결을 내릴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소송 결과는 시교육청이 별도로 진행 중인 ‘옹벽 붕괴 복구공사비용(25억원 상당) 손해배상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양측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