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스펙·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고졸 취업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한 모습이다.

최근 고졸 채용 바람이 불고 있지만 기업 내 학력 차별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졸 취업자들이 후진학을 통해 대학 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직장 내에서 ‘한번 고졸은 영원한 고졸’인 셈이다. 이에 따라 고졸 취업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개선되지 않는 한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4월 ‘선취업·후진학’ 제도 활성화 등 다양한 고졸 취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조기 취업을 유도해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를 해소하고, 청년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미 선취업·후진학에 참여한 고졸 취업자들은 후진학을 통해 대학 학위를 취득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최근 직장 경력 5년 이하인 고졸 신입직원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졸 신입직원의 직장 적응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31.3%만이 후진학을 통한 대학 학위 취득이 임금 인상이나 승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선취업·후진학’이 자신의 회사 생활 발전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고졸 신입직원이 일하면서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16.2%에 그쳤고, 대학 진학 때 회사로부터 학자금 등을 지원받은 경우는 6.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68.7%는 재직 중인 회사에서 비용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으며, 10.8%는 회사에 지원 제도가 있는데도 비용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고졸 취업자들이 후진학을 포기한 이유로는 학비 부담(31.9%)과 시간적인 여유 부족(15.8%) 등이 꼽혔다.

또한 취업포털 커리어가 고졸 취업 성공자 1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42.3%가 ‘고졸 취업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가 ‘고졸 취업자에 대한 인식적 차별’을 꼽았다. 이어 ‘직종 선택에 대한 제약’(33%), ‘대학 진학에 대한 미련’(14.4%), ‘고졸 취업자에 대한 승진·연봉 등의 제도적 차별’(6.2%) 등이 뒤를 이었다.

고졸 취업자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48.8%가 ‘학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라고 답했다. 또한 ‘고졸 취업자에 대한 지원 정책 강화’(32%), ‘사내대학 등 대학 진학과 관련된 제도적 뒷받침’(13.4%) 등을 꼽았다.

한 마이스터교 교감은 “우리나라 정서상 학력을 권장하는 분위기 때문에 주변에서 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기능올림픽 우승자, 기술 명장 반열에 오르면 임원 대우를 받는 식으로 사회 인식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