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있다는 이유로 음식 만들기도 ‘위험’
약품· 도구 망가져…사고 땐 책임소재 불분명
대구에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실 보조를 맡고 있는 H교사는 "학교가 과학실을 현대화한 후 본전 뽑기에 매달리고 있다"고 일침을 날렸다.
3년 전 과학실을 현대화한 이 학교는 그 후 각종 행사를 과학실에서 진행, 졸지에 과학실이 다용도실로 탈바꿈 했다.
H보조교사의 전언에 따르면 이 학교는 각종 감사를 비롯해 회의를 과학실에서 진행하는 상황이다. 특히 학기 초에는 신입생학부모 연수회와 학부모 총회, 학부모 연수,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전교어린이회의까지 모두 과학실에서 진행한다. 학교 입장에서는 마땅한 행사 장소가 없다 보니 보루로 과학실 사용을 넘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회의와 모임 용도로 사용되는 과학실의 경우는 그나마 양반에 속한다. 과학실 내에 싱크대가 있다는 이유로 가사실습이나 반에서 음식 만들기 수업까지도 빌려 쓰는 판국이다.
경기도에서 과학보조로 있는 K교사는 과학실이 요리실습실로 둔갑하는 상황에 분개하며 “금요일 6교시에 3, 4학년 수업이 있는데도 교실수업으로 유도하고 6학년 계발활동시간을 핑계로 과학실에서 요리한다”며 “물을 쓸 수 있는 곳이 과학실 밖에 없다고 하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교의 과학실 요리실습은 6학년 부장교사가 강하게 밀어붙여 과학실이 졸지에 요리실습실로 전락된 경우다.
이같이 초등학교의 경우 가사실이 따로 없는 학교가 많아 과학실을 요리실습으로 이용하는 일이 심심치 않다. 떡볶이, 김밥, 감자삶기, 케익만들기 등 다양한 요리가 과학실에서 이뤄진다.
서울에서 과학실 보조를 맡는 M교사도 요리실습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토요일 같이 과학실험이 없는 날 과학실에 와서 요리 실습을 많이 한다”며 “과학실은 약품을 사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요리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험대를 만날 닦아도 약품 잔여분이 남을 수 있다”며 “약품이 흐트러지고 도구가 망가지는 등 뒷정리도 만만치 않은데 게다가 행여 사고라도 나면 뒷감당을 누가 하냐”고 말했다.
현대화 시설을 갖춘 과학실에 준비실이 따로 있어도 요리 실습은 위험천만 하다는 것. 또 사고라도 나면 과학실 전담교사와 과학실을 사용한 교사 간의 책임소재에 논란이 일게 된다.
이 밖에도 과학실은 여러모로 다용도실로 전락한다. 교과서 배부 임시장소에 덩치 큰 물건 들여놓기까지 호시탐탐 과학실을 노리는 행태 때문에 이를 지키는 보조교사의 농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과학산업교육과 정진호 장학사는 과학실 이용을 두고 “실험이 없는 빈 시간은 과학실 사용을 활용하라는 게 교육당국의 입장”이라며 “특별실을 유용껏 사용하는 것은 학교장의 재량이자 권한”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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