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캠퍼스 생활 '대학생 멘토', 확보 쉽지 않아
대학생을 활용한 ‘멘토링제’가 학교현장에서 인성교육을 실현하는 교육 대안으로 자리 잡는 동시에 멘토링제 효과성에 의문을 남기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로 대학생 멘토링제를 4년째 이어오고 있는 서울 Y고등학교는 본교출신 대학생 6명이 학기 중과 방학 중에 근무한다. 멘토들은 교무실과 열람실에 상주하면서 재학생들이 열람실에서 자습을 할 때 모르는 것을 물어보러 오거나 상담을 하러 찾아온다.
이 학교는 전교생 중 상위권 15% 이내에 드는 학생들과 학업에 의욕을 보이며 자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람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는 자습제도를 가지고 있다. 본교 출신인 대학생 멘토들 역시 이 제도를 활용해 대입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재학생들에게 모범사례로 소개됨과 동시에 재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준다.
그러나 이 학교의 멘토링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난항을 겪고 있다. 먼저 재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지 않고, 학교가 열람실 자습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강행해 학생들의 원성을 샀던 것.
또 교사에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을 멘토와 나누던 재학생들이 열람실에서 학업에 열중하기보다 멘토와 상담하는데 열중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학교 재학생 P(3년) 양은 “학교 선배들이 열람실에서 자습을 통해 진학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홍보와 동시에 멘토링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재학생의 이용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학원이나 과외에 때문에 열람실에서 나와야 하는데 처음에 학교에서 응해주지 않아 학생들의 불만이 컸는데 나중에는 학교에서 이런 경우 열람실 공결처리 해줬다”며 “열람실에서 자습을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 교실에서 자습하는 학생들은 대학생 멘토와 접할 기회가 많이 없고, 교무실에도 멘토가 있지만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생 멘토링제가 활발했던 2007년 이후로는 기세가 한풀 꺾였다. 멘토 학생들도 처음 6~7명에서 지난해 5명으로 줄었다. 거기에 대학생 멘토들이 학업이나 동아리 활동 때문에 병행이 어려워 멘토를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 학교 출신이자 멘토링제에 참여했던 대학생 L군(22)은 “오후 5시면 교사들이 퇴근하고, 자습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하는데 1시간에 2~3명꼴로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모르는 문제 몇 가지를 알려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풀이를 봐주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학생들의 학업계획이나 진로에 대해 상담해주는 것이 멘토에게 맞는데 교사처럼 학생들을 통제가 안되서 열람실 분위기를 정리하는데 어려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멘토로 활동한 대학생 K양(21)은 “불특정 다수의 재학생을 맡기보다 소수의 학생을 담당해 소속감을 갖고 책임감 있게 운영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멘토링제가 안착한 사례도 있다. 본교출신 대학생을 활용해 대학생 멘토링제를 운영하는 충청 서령고등학교는 겨울과 여름방학을 이용해 대학생 멘토가 5명의 재학생을 담당하고 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 학교 멘토링제를 담당하는 서영현 교사는 “학교가 도내에 위치해 정보 얻기가 어려운데 방학마다 내려오는 대학생들에게서 학생들이 교육정보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인성교육과 진로상담에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멘토가 대학생이다 보니 학기 중에는 시간 내기가 어려워 저소득층을 위한 멘토링제 확대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