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간한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에 화재훈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훈련 부족으로 학교에 대형화재가 발생할 경우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학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국 초·중·고교 화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237건의 화재사고로 38명의 학생이 부상을 당했고 1058억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이들 부상자 중 33명은 인천지역 학교의 학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는 지난 2011년에 75건이 발생한 데 이어 2012년에 71건, 지난해에는 91건으로 늘어났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화재사건이 100건으로 전체의 42.2%를 차지했으며 중학교 68건, 고등학교 65건, 기타(유·특수학교) 4건으로 집계됐다.

원인별로는 누전이나 합선, 전기용량 초과, 전기기기 이상 등 전기관련 화재가 79건으로 가장 많았고 불장난을 포함한 방화가 34건, 가스나 유류의 누출이나 관리 부실은 9건이다.

특히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화재는 무려 115건에 달했다.

또 장소별로는 교실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123건으로 전체의 51.9%에 달했으며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92건, 급식실 13건, 기숙사 9건 등의 순으로 분석됐다.

이는 초등학교 등 일선 학교의 화재예방 대책과 학교 화재의 원인 규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학교 화재 예방대책은 매년 반복되는 ‘계절별 취약시설 점검계획’에 화재 예방 활동을 포함시키는 등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위원장은 “학생들이 밀집해 있는 학교는 작은 화재에도 자칫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며 “교육부는 조속히 학교 화재예방과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향후 불미스러운 사고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1년 정부가 펴낸 ‘학교현장 재난유형별 교육·훈련 매뉴얼’엔 학교화재 훈련에 대한 부분이 누락됐다.

훈련부분 4개 항목은 지진대피, 쓰나미 대피, 방사선 비상대피, 민방공 대피 훈련 등으로 화재와 관련한 대피 훈련은 없었다. 또한 매뉴얼에 따른 시행지침도 없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뉴얼 개발 당시 화재훈련이 포함돼 있었으나, 방공 훈련이 화재훈련과 유사하고 교육 9개부분에 화재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훈련은 교육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학교현장의 현실은 화재에 대단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2011년 3월 약 2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속에서 가마이시 시에 위치한 초·중학생 3000명이 모두 생존한 데 착안해 당시 가마이시 시의 매뉴얼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일본의 학교현장 재난 매뉴얼을 그대로 베껴 급조하기만 했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훈련 매뉴얼을 개발하고 그에 따라 시행지침을 마련하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했다.

신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2011년 처음으로 학생재난 교육·훈련 매뉴얼을 만들면서도 일본의 방사능·쓰나미 사고를 의식해 사실상 급하게 발간한 모양새를 취했다”며 “향후 있을지 모를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화재 등 우리나라 교육현장 맞는 훈련 매뉴얼이 개발하고 예방교육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안전·재난 등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안전교육 정책자문단’을 꾸려 안전교육 관련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한 뒤 개선방안을 마련해 6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