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발생한 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햇빛이 유난히도 쨍쨍하던 13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서명 좀 해주세요. 저희는 세월호 사고의 유가족입니다” 왠지 모를 익숙한 외침 소리가 합동 분향소의 첫 대면이었다. 진실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유가족의 모습, 바로 반대편 추모의 벽에는 조문객이 남긴 애도의 글과 시가 빼곡해 걸음을 멈추게 했다.

유가족은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 ‘왜 이 많은 생명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차가운 바다 속으로 사라진 것인지 정부의 대책본부는 그 시간 무엇을 했는지, 현장에서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다소 한산하고 적막함이 느껴지는 분위기의 합동 분향소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조문객의 발길이 끊임없다.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 바람만은 힘찼던 분향소는 먼저 떠난 이를 위로하는 검은 리본과 실종자의 빠른 귀환을 바라는 노란 리본이 한껏 넘실대고 있었다.

분향소 주변은 봉사단과 각종 단체에서 나온 천막부스와 구급차로 둘려 쌓여 있었고 입구에는 유가족의 침묵시위가 보였다. 나약한 부모에 대한 절망과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만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오후 3시가 지나자 학교를 마친 학생들로 추모행렬은 금세 늘어났다. 그 중 학생단체로 조문을 온 한 무리를 발견했다. 서울 재현고등학교 김원식 교사가 학생 80명을 이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직접 서울에서 안산 합동분향소를 찾아 온 것이다. 아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교사의 마음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였다.

김교사는 “같은 교사 입장에서 수학여행을 진행하는 데에 대한 마음을 잘 안다“며 “정부 현장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진상규명은 꼭 필요한 부분이라며, 우리가 만들어가는 세상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분향소 벤치에 앉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두 명의 어머니를 만나봤다. 윤경자씨는 “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억울하고 원통함을 감출 수 없다”며 광명에 살지만 매일 이 곳을 찾는다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날부터 우울증이 찾아와 몸무게가 3kg이 줄어들었고 이렇게 한 번 왔다 가면 그나마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바로 옆에 있던 할머니는 직접 손녀를 떠나보낸 유가족으로 “남의 일만 듣다가 직접 겪게 되니 심통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초동대처가 너무 늦었다는 것에 대한 원통함을 드러냈다.

조문을 마치고 고잔역으로 향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조문객들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버스에 오르면서도 세월호 추모 현수막 가득한 곳을 응시하며 쉽게 발길을 떼지 못했다.

한편, 이 날 찾은 조문객 수만 4,746명이고 전국 광역시‧도 및 시‧군‧구의 126개 합동분향소에는 어제 하루 20,119명의 조문객이 방문하여 애도를 표했다. 주말이면 더욱 붐비는 합동분향소는 한 달이 지났지만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다.

지금도 다양한 단체와 개인이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마음을 담아 온정의 재능기부 의사를 보내오고 있으며, 학생과 어린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재)한국문화재단 리틀엔젤스 예술단의 공연기획 담당자는 12일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이번 사고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추모공연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도 많은 재능기부 의사가 접수되고 있지만, 경건하고 조용한 가운데 분향소를 운영하고 싶은 유가족 측의 희망에 다라 대부분 정중히 사양하고 있으며, 유가족 대표단은 이러한 온정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정부 장례지원단을 통해 전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안산통합재난심리지원단과 협조하여 안산의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에서의 준비정도를 파악하고 교사연수와 학급위기개입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웅 사무국장은 “위기개입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 같이 구조화 된 프로그램이 아니고 참여자들의 상황과 욕구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진행자의 운영방법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 어디에선가 조문을 하고 있을 조문객들 그리고 유가족 외 천국으로 향한 우리 아이들. 기억의 잔상은 생각보다 깊어 상처받은 모두에게 심리 치료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