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을 고졸취업 신화로 해결해보겠다던 청사진이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정권 따라 오락가락 흔들리고 있다. 고졸 취업의 신화하면 우선 마이스터고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뀐 지금은 갈수록 취업률이 저조함을 나타내고 있다. 취업률이 저조한 이유는 경기 탓도 있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정책적 방향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도 있다. 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상위 목표가 고용률 70%달성하는 것인데 수치에 연연하다 보니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에 역점을 둔 것도 고졸 채용률이 저조해진 이유라는 것이다.

이처럼 현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사업에 역점을 두면서 자연스레 고졸취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분위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일관된 말이다. 295개 공공기관의 올해 고졸 채용 인원은 총 1933명. 2012년 2508명, 지난해 2512명에 비해 다소 줄어든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고졸 채용 감소 원인도 그나마 5대 그룹 정도는 큰 변동이 없는데 그 아래 중소기업들부터는 채용 인원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 현장 분위기이다.

고졸 채용은 이명박정부 때 주안점을 둔 고용 정책으로 고졸 취업을 적극 장려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과잉 학력자보다 현장에서 바로 쓸 실무형 인재를 뽑고 싶다는 욕구를 내비쳤다. 그 결과 고교 졸업생 취업률은 2011년 23.3%, 2012년 29.2%, 2013년 30.2%로 점점 높아졌다. 기업 맞춤형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마이스터고 역시 취업률이 90%에 달했다.

21개 마이스터고 교사들을 통해 실상을 알아보니 졸업생들이 조기 이직·퇴사하는 원인으로 병역 문제, 급여 수준, 직무, 근로 환경 불만족, 대학 진학을 꼽았다.

지난 2월 마이스터고를 졸업 한 신솔미 씨(가명, 19)는 의료기기업체에 취업을 했다. 신 씨는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는 단순 포장 라인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기술이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월급 130만원에서 교통비와 점심값을 제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90만원도 채 안 된다. 취직 전 학교에서 회사 설명회 때 듣던 정보와는 딴판”이라고 이직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직 계획이 있다’는 의견이 57.5%였으며, 종사자 수 99명 이하인 기업에 근무하는 졸업생의 77%가 ‘이직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제도 도입 후 최초 선정된 학교 21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취업률은 첫 졸업생 배출 후 지난 2년간 큰 변화가 없었지만 1년 내 퇴사, 이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회사를 다니며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힘든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많다 보니 대학 진학 지원은 어림없고 낮은 연봉, 승진 차별 등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현장에서는 당장 급하니까 고졸 인력을 채용해 저임금, 단순근로만 시키다 보니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졌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4월 기준 마이스터고 1기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90.3%.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 의지에 따라 열 명 중 아홉 명이 일단 취업에는 성공했으나, 채 일 년도 되지 않아 적지 않은 학생들이 직장을 떠났다.

마이스터고 졸업생 정미숙 씨(가명, 20)는 “많은 졸업생들이 취업 시즌이 돼 학교에서 밀어내기 식으로 직장에 들여보내다 보니 입사해서도 방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창원 국립 구미전자공고 마이스터부장은 “취업률이 낮아 진 것은 경기 하강 때문”이라며 “우리학교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채용의 질이 저하된 취업은 전혀 없으며 무엇보다도 별 문제가 없는 이상 취업 유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마이스터고지원센터 소장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NQF(National Quality Fraim work·국가역량체계) 구축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직업 능력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학벌 등이 아니라 실제 인재의 역량을 제대로 검증, 관리해 인력을 채용할 때 이 정보를 보고 평가하게 하는 것이다. NQF가 제대로 구축되면 학력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자연스레 고졸 학생들의 취업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정부도 마이스터고 50개 선정 사업 등 고졸취업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